김광석 인천대 동북아물류대학원 초빙교수

인천국제공항은 2001년 3월29일 개항해 이제 18년이 된 공항이다. 김포시대를 마감하고 세계 유수 공항들과 숙명적인 경쟁에서 우위를 지키기 위한 우리나라의 탁월한 선택이었다.
국가적 차원의 중점적인 인프라 확충과 수출입 관련 기관으로 총칭되는 CIQ기관들과 공항공사의 서비스 개선을 위한 헌신적인 노력의 결과 국제공항협의회(ACI) 주관 전세계 1700여개 공항 대상 서비스 평가에서 12년 연속 1위라는 금자탑을 쌓았다. 또한 짧은 개항 역사에도 불구하고 국제화물 처리 세계 3위, 국제여객 운송 세계 5위의 공항으로 급성장했다

지금 한·중·일은 물론 싱가포르과 두바이까지 동북아 허브공항이 되기 위해 인프라를 집중적으로 확충하는 등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허브가 되면 기업의 본사, 금융, 교육, R&D, 상업, 연관산업 등의 중심이 되어 국가발전의 원동력이 된다. 많은 국가들이 허브가 되려고 노력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러한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국가적 차원에서 힘을 모아야 한다. 하지만 과거부터 정치적 논리에 의해 추진된 김해공항 확장 사업이나 전 정부에서 정치적 판단으로 추진한 김해신공항 사업이 지금까지도 검증작업이 계속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 또다시 남부권에 인천국제공항과 같은 규모의 국제공항이 있어야 지역균형발전이 된다는 일부 정치인의 주장과 함께 늦어도 올해 추석 전에 동남권 관문공항 건설 계획이 결정된다고 호언하고 있다. 이게 무슨 시대착오적 발언인가. 김해신공항 조성 파기 후 동남권관문공항 건설로 포장된 사업은 그 자체가 국익차원에서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동북아 허브를 차지하기 위해 주변 경쟁 공항들은 국가적 차원에서 대단위 규모로 공항 시설을 확충하고 있다. 상하이 푸동공항은 현재 6000만명의 규모를 1억6000만명으로, 싱가포르 창이공항도 1억3000만명으로, 두바이 알막툼 공항도 1억6000만명을 수용하는 공항으로 2025년 이전에 모두 확충된다. 우리 주변 경쟁 공항들은 인천국제공항이 발전돼 동북아 허브공항이 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기다려 주지도 않는다. 오직 더욱 더 큰 격차를 두려고 노력할 뿐이다.
이런 시기에 지역의 정치지도자가 오히려 경쟁공항에 도움이 되는 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은 선택과 집중 논리가 더욱 필요한 시기이다. 동남권관문공항 조성을 위해 국고를 축내고 동북아 허브공항 경쟁에서 힘빼기보다는 인천공항 단계별 건설계획의 개발 속도를 더 높여야 한다. 오는 2024년까지 계획된 여객 1억명과 화물 630만t을 처리하는 4단계 조성계획도 앞당기고, 바로 이어서 2029년까지의 최종 단계 조성계획도 앞당겨 조성하여 항공기 운항 79만회가 가능하고 여객 1억3000만명과 화물 1000만톤을 처리하는 세계 3대공항으로 빠르게 성장시켜야 한다.

여행객과 화물의 모든 길이 인천공항으로 통하는 동북아 허브가 된 이후에 여러 가지 대안을 강구해도 늦지 않다. 인천공항은 아직도 보충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 시설도 중요하지만 MRO 항공정비단지 조성도 시급하다. 세계 1위부터 7위 공항 모두가 가까운 지역에 항공정비단지를 조성해 놓고 원스톱으로 항공기 정비서비스를 하고 있다. 인천공항은 준비부족으로 해마다 4조원이상의 국부가 해외로 유출되고 있다. 하루빨리 국부유출도 막고 민수 항공시장에도 진출하는 등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할 때다. 현재 인천공항은 84개 항공사가 취항하여 54개국 180개 도시를 운항하고 있다. 하루에 1000편 이상의 항공기가 1주일에 150만명 이상의 여객을 실어나르고 있다. 이들 항공사들의 안전과 비용절감을 위해 필요한 사업이다.

이밖에도 전세계 88개국 333개 공항 중 73개 국가 149개 공항이 입국장 면세점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말 우리나라는 국민소득 3만달러를 넘어 세계 7번째로 30~50클럽 가입국가가 됐다. 구매력이 높아 전세계 면세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7.2%로 세계 1위 국가다. 인천공항 입국장 면세점의 올해 매출은 18조4000억원 정도로 전년대비 28.6%의 성장이 예상된다. 이 또한 일자리 창출과 외화낭비를 막기 위해 중요한 일이다. 이렇듯 인천공항 허브화를 위해 채워야 할 일이 너무도 많은 이때에 지역균형발전 논리를 앞세워 동북아허브공항 정책을 약화시키는 동남권관문공항 건설 주장은 국가재정을 낭비하는 일이다. 기타 경쟁공항들보다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를 먼저 생각하고 지역논리보다는 서로 상생하고 국가 발전을 위해 무엇이 필요하고 무엇이 먼저인가를 생각하는 자세가 정치인의 가장 큰 덕목이라 생각한다.
지금은 국가와 국가간의 경쟁이 아니라 도시와 도시간의 경쟁이다. 이미 동북아 허브공항으로 성장한 인천공항이 정부의 강력한 의지와 추진력으로 힘이 모아질 때 그 모아진 힘으로 인해 인천공항이 동북아 허브공항으로 굳건히 자리매김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