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이 접경지역에 설치된 대전차 방호벽 철거에 대해 적반하장 격으로 나오고 있다. 효율성이 떨어지거나 도시미관을 해치는 불필요한 방호벽 철거에 대해 '목마른 사람이 우물판다'는 식으로 지자체 예산으로 철거하라는 것이다. 군사작전이라는 명분으로 흉물스럽게 설치된 방호벽이 지자체로서는 여간 불편하지 않을수 없다.
우선 도시미관을 해치는 것은 물론이고 마을과 마을의 경계를 단절하기도 한다. 특히 협소하게 설치된 방호벽은 교통사망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나면서 야간 운전자들에게는 저승사자처럼 공포의 대상으로 악명이 높다.

대전차 방호벽은 과거 1970년대 접경지역에 집중적으로 설치됐다. 휴전선을 따라 설치된 방호벽은 400개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경기북부지역을 중심으로 집중됐다.
중부전선이나 동부전선보다 지형적으로 완만한 구간이 많다보니 숫자가 집중된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하천에 방호벽과 함께 용의 이빨이라는 이름의 용치(龍齒)도 곳곳에 흉물스러운 모습으로 주변경관을 훼손하고 있다.

물론 대전차 방호벽은 유사시 필요한 시설물임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군의 시각도 시대의 흐름에 맞게 변화가 필요하다. 군사작전은 방호벽을 설치한 1970년대와 지금은 확연하게 바뀌었다. 방호벽 설치를 추진했을 때는 적의 탱크의 전진을 5분정도 저지할 수 있다고 해서 일명 '5분 저지선'으로 불린 방호벽이 이제는 군사장비의 현대화로 인해 큰 의미가 없다는 얘기다. 군에서는 철거에 따른 예산부담을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보호법 제13조 행정기관의 처분에 관한협의'(원인자 부담)에 따라 군이 부담할 수 없다고 하지만 군색한 변명에 불과하다.

수백억원이 소요되는 철거비용을 지자체에 부담시키는 것은 군이 국민보다 자신들의 주장만 내세우는 이기적인 태도가 아닐 수 없다. 다만 철거 시 군 장비를 지원한다는 것과 지자체의 철거승인 요청시 작전에 제한이 없는 범위 내에서 적극 협조하겠다는 것은 긍정적인 요소다.
이제 군도 바뀔 때가 됐다. 필수 불가결한 방호벽은 존치하되 최소로 줄이고 실효성이 없는 것은 국방부 예산으로 철거함이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