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희 송도소식지 주민기자·시인

'어느 날 아침 일어나 보니 유명해져 있었다.' 영국시인 바이런의 말이다. 낭만파 시인으로 유명세를 타던 시절, 한 편집자가 세간의 평을 전해주자 그가 던진 말이다. 그가 스타덤에 오르게 되고, 후세에 유명한 어록으로 전해진다. 바로 매스미디어의 힘이다. 먼 과거의 언론은 한정적이어서 신문으로 읽거나 누군가가 전해주지 않으면 소식을 알 수 없었다. 요즘은 세상이 너무 달라졌다. 하도 빠르고 어지럽게 흘러가서 차라리 모르는 게 약이라는 말을 절감할 때도 있다. 거기에 큰 몫을 하는 것이 미디어다.

미디어시대가 열리면서 대표적인 몇 개의 공중파 공영방송이 전부였던 시절엔 그나마 약간의 사회적 통제가 있었다. 부정적인 면도 있었지만 부적절한 부분이 걸러지는 긍정적인 면도 있었다. 그러다 공중파 방송시대를 지나 위성방송 케이블 TV 시대가 열렸다. 다양한 정보와 오락, 상품의 홍보와 판매에 이르기까지 많은 채널이 존재한다. 정보의 홍수에 휩쓸려 현기증이 날 정도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앞으로는 더 아찔한 시대가 도래하게 된다. 바로 1인 미디어시대다. 개인 누구나 자유롭게 매체를 제작하고 전달할 수 있다. 서로 정보를 교환하고 공유할 수 있어 일방적인 수신자의 입장에서 장벽 없이 쌍방향의 송신과 수신이 가능해진 것이다. 자유롭고 창의적인 소셜 미디어는 별 제약 없이 누구나 생산하고 참여할 수 있어 매력이다.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세계 어디서나 커뮤니티가 형성돼 정보를 나누고 소통할 수 있다. 개방적이고 개성이 강한 현대인들에게 흡인력이 강하다. 보편화된 블로그나 트위터, 페이스북이나 SNS 등을 통해 서로 자유로이 소통한다. 손 안에 쥐어지는 스마트폰을 통해 방대하고 다양한 세상이 존재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장점과 단점을 동시에 안고 있다. 만연하는 미디어 활동 시대에 사회는 잘 대비할 수 있을까 염려스럽기도 하다. 좋은 정보, 아름다운 이야기, 재미 있는 영화나 드라마 등의 공유는 장점인 반면에 무분별하고 확인되지 않은 사실, 편집에 의한 조작, 한 개인을 무차별로 망가뜨릴 수 있는 허위사실 등이 언제 어디서 사회를 위협할지 모른다. 사회적 문제도 곳곳에 잠재하고 있는 것이다. 가끔씩 부적절한 동영상을 올려 사회적 물의를 빚는 사례가 발생한다. 사람들을 선동하는 가짜뉴스도 등장하고 개인의 프라이버시가 무너지는 사건도 일어난다. 1인 미디어시대를 대비해 올바른 양심, 보편타당한 윤리의식과 성숙한 시민의식이 요구된다.
얼마 전 내가 살고 있는 동네에서 마을방송을 준비한다는 소식을 접했다. 소박한 보통사람들의 이야기를 영상으로 담고 마을 이야기를 전해주려는 취지다. 단절되고 각박한 물질만능시대에 물질을 통해 공감하고 소통하는 시대를 열어가게 된 것이다. 영상을 만드는 기술적인 훈련도 필요하지만 영상을 제작하고 전파하는 사람들의 마인드 교육이 병행되어야 한다. 적절한 소재의 발굴과 구성을 통해 마을 사람들이 화합하고 친화력을 높일 수 있는 아름다운 마을방송이 되도록 준비를 잘해야 한다.

앞으로는 마을방송이라는 고유의 채널도 생기지 않을까 싶다. 1인 미디어 시대를 열어갈 우리는 아름다운 세상과 아름다운 소통을 위해 정신적, 사회적 준비도 함께 갖춰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