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준 인천대 중어중국학과 교수

중국은 과연 무시해도 좋은 나라인가?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너무나도 분명하다. 굳이 중국이 미국과 어깨를 견주는 'G2'의 하나라는 점을 상기하지 않아도, 이 세상에 무시해도 좋은 나라나 민족은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질문을 던진 이유는 우리 주위에 중국을 무시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기 때문이다. 중국을 연구하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세계에서 중국이나 일본을 무시하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다는 이야기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돌고 있다.

중국에 대한 무시는 여러 가지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가장 일반적인 유형은 중국 사람들에 대한 무시이다. 주로 '시끄럽다', '공중도덕 의식이 발달하지 못했다', '지저분하다' 등이 중국인에 대한 부정적인 선입견의 중심을 이룬다. 얼마 전에 읽은 기사에서는 대학 캠퍼스 내에서도 한국 학생들이 중국인 유학생들과 함께 과제를 하거나 같은 조에 편성되는 것을 꺼리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을 보도했다.
또 하나의 유형은 '사회주의 국가로서의 중국'에 대한 일종의 반감 내지는 무시이다. 중국이 지난 30여년간 경제적으로든 군사적으로든 무서운 속도로 발전해왔다는 점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다만, 중국을 무시하는 사람들은 중국이 지금까지는 어떻게든 발전해왔지만, 사회주의 국가로서 갖는 한계 때문에 결코 미국을 추월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믿는다. 나아가서는 조만간 미국의 압박으로 중국이 백기 투항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국제사회의 핵심 이슈 중 하나였던 미·중 무역 전쟁을 이러한 시각에서 바라보는 사람들이 매우 많았다.

세 번째 유형은 중국인들의 높은 자부심에 대한 반감의 표현으로서 나타나는 중국 무시이다. 중국에서는 고대부터 중국이 천하의 중심이고 주변 이민족들은 '오랑캐'로서 교화의 대상이 된다고 믿는 중화사상이 존재해왔다. 그리고 이러한 관념이 외교적으로 구현된 것이 다름 아닌 책봉-조공 질서였다. 1840년 아편전쟁으로 시작되는 서구 제국주의 침략의 역사를 경험하면서 이러한 관념과 질서는 무너졌지만, 오늘날에도 중국인들은 동아시아 문명권의 중심으로서 역할을 해왔던 자국의 문화적 유산에 대해서 대단히 강한 자긍심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자국의 역사와 문화를 가장 우수한 것으로 내세우는 중국인들의 태도는 제삼자의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 거북할 수밖에 없는 측면도 있다. 어디까지나 필자의 개인적인 경험에 불과한 것일지도 모르지만, 중국의 유적지들을 다니면서 목격한 한국인 관광객들의 반응은 중국의 유적지는 크고 화려하기만 할 뿐 '별 것 없다'라는 반응이 많았다.
사실 역사적으로 볼 때 한국이 중국을 '무시할 만한 대상'으로 간주할 수 있었던 것은 아마도 청(淸) 이후가 아니었을까 짐작된다.

청대의 중국은 몽골의 원(元)을 제외하고 중국 역사상 가장 넓은 영토를 점령했던 시기이고, 경제적으로나 문화적으로 세계에서 가장 발달한 지역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선에서는 현실적으로는 사대 관계를 취하면서도 내부적으로는 청을 오랑캐의 왕조로 무시하는 '소중화(小中華) 의식'을 발전시켰다.
중국을 문화적으로 무시하는 이러한 관점은 19세기 후반에 들어와 청이 근대 세계의 경쟁에서 낙오되면서 더욱 굳건해진 것으로 보인다. 유래가 확실하지 않은 '당나라 군대'라는 표현도 이 무렵에 등장한 것으로 추론되고 있다(여기서 '당'은 '중국'을 의미하는 일종의 대명사이다).

게다가 20세기 후반에 들어와 한국이 빠른 경제 성장을 달성하고 있었던 시기에 중국에서는 오랜 기간 사회주의 혁명의 혼란을 겪으면서 경제적으로 낙후되었던 점도 이러한 의식을 키웠을 것이다.

필자는 중국이 대단한 나라라는 점을 강조하려는 것이 아니다. 다만, 적어도 중국과 중국인을 무시하는 선입견은 버릴 필요가 있다는 점을 이야기하고 싶다. 중국은 지난 30여년간 신속하게 성장해 미국과 어깨를 견주는 단계에 올라와 있다. 중국이 우리의 최대 수출국이 된 지도 이미 오래되었고, 외교적으로도 남북 관계를 풀어나가는 데 있어서 미국 다음으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나라가 중국인 것도 자명한 사실이다. 중국을 최대한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을 확립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