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하게 스며드는 '연'의 향연

 

▲ '은수저'는 유명 건축가가 설계한 멋진 건물에 주변환경과 잘 어울리는 전원풍 테라스도 갖추고 있다.
▲ '은수저'는 유명 건축가가 설계한 멋진 건물에 주변환경과 잘 어울리는 전원풍 테라스도 갖추고 있다.

 

['연요리 연구원장'까지 맡은 이명례 은수저 대표]
"기미상궁 심정으로 … 독소 빼는 재료로 대접"

"은수저는 '기미상궁'이에요. 옛날에 임금이 수라를 드시기 전에 미리 독(毒)이 있는지를 맛보던 '기미상궁'이 있었듯이 은수저를 독이나 농약, 중금속이 있는 음식에 넣으면 색이 변하잖아요. 그만큼 우리집 음식은 인체에 해롭지 않고 몸에 좋은 재료만 쓴다는 뜻으로 '은수저'로 지었어요. 또 '금수저'가 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려는 마음가짐도 담겨있지요."

인천 부평구 산곡동의 연(蓮)요리 전문점 '은수저'는 예쁜 둘레길이 굽이굽이 이어져 아름다운 선포산 자락에 자리잡고 있다.
신선한 재료와 건강한 맛을 추구하는 '은수저'의 이명례 대표는 '연요리연구원'의 원장이다. 원래 한정식집이던 '산 들 바람'을 3년 전에 인수해 인천에서는 한 곳뿐인 '연요리 전문점'으로 손님을 맞고 있다.

"연은 진흙물에서도 자라 꽃을 피우는 것처럼 불교에서는 신성함을 상징하고 있는 순수한 알카리성 식물이에요. 연은 씨앗부터 뿌리, 이파리, 열매, 줄기, 꽃 등 모든 부분이 음식과 약재로 쓰이고 있지요. 흔히 연은 '다루기 까다로운 재료', 또는 '사찰 음식'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렇지 않아요. 특히 요즘같이 미세먼지, 아토피, 스트레스 등 질병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에게 연이 건강식품으로 으뜸이지요. 연은 모든 독소를 배출해주기도 하고 숙면, 체질개선, 치매 예방, 심신 안정에도 좋고 어혈을 풀어주는데 탁월한 효능을 갖고 있어요."

원래 요리에 관심이 많고 솜씨도 좋은 꽃꽂이 강사였던 이 대표는 꽃으로 요리에 데코레이션하는 재미에 빠져 요리사로 변신한 뒤 강화 선원사에서 해마다 주최하던 연요리 경연대회에서 상까지 받았다.

"연요리는 꽤 오래전부터 관심을 갖고 연구하기 시작했어요. 이곳에서 연요리 전문점을 시작하게 된 것도 산 밑의 맑은 공기와 함께 임금님이 드시던 수라를 준비하는 심정으로 마련한 건강한 밥상을 통해 손님들이 '음식 대접 잘 받았다'는 느낌을 안고 돌아가셨으면 좋겠어요."

모든 연 요리의 재료는 무농약의 친환경재배로 식약처의 인증을 받은 김포의 연꽃농장에서 제공받는다. 이 집에서는 계절마다 나물이 다르고 부쳐내는 전도 다양하다. 또 여주 장아찌, 돼지감자 장아찌와 더덕에 당귀, 마늘쫑을 함께 넣어 만드는 장아찌 등 1년 365일 떨어지지 않는 약초장아찌는 놓치면 안된다.

"어떻게 알았는지 지방에서도 많은 손님들이 오세요. 한번은 군에 입대한 아들이 휴가 나왔을 때 건강하고 맛있는 한끼를 먹이려 오신 가족도 있었어요. 모두 소중하신 분들이지요."

이 대표는 건강한 음식을 공유하자는 뜻으로 연요리 레시피를 SNS에 모두 올려놓았다. 어르신들 생신 잔치 등 가족 모임이나 직장 회식에도 좋다.
주변에 학교가 많아서 선생님들 아지트로 유명하고 지난해 8월에는 부평구 맛집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모두 66석인데 4~6인석을 이으면 8~10인석이 되는 테이블 17개로 나뉘어져 있으며 20대 주차가능한 전용 주차장이 있다. 032-502-0633

/여승철 기자 yeopo99@incheonilbo.com




[신성함이 가득 핀 '그 집'의 추천메뉴]

●연잎밥 한상 차림
이 집의 대표 메뉴인 '연잎밥 한상차림'의 메인 요리는 단호박 떡갈비 구이, 연근 새우장, 직화 주꾸미 볶음 등이다. 강원도 양구 시래기 들깨 된장국과 함께 나오는 연잎영양밥에 연근 샐러드, 연근 유자청, 약초 장아찌, 파래 연근전, 연근 피클, 갓김치, 계절 나물과 연근조림, 연근 백김치 등이 함께 차려진다.

▲ 연잎밥 한상 차림

 

●연잎 충조 전압탕
'은수저'가 자랑하는 보양식인 '연잎 충조 전압탕'은 동충하초를 포함해 14가지 한약재와 연잎을 사용한 한방 약(藥) 오리탕이다. 특히 함께 끓이는 연자방은 연꽃 씨앗을 뜻하는 연자를 보관하는 벌집 모양의 방으로 '왕의 보약'이라 불린다. 연향이 짙게 배인 연잎을 덮어 끓인 진한 국물을 맛볼 수 있으며 식사를 대신하는 찹쌀 녹두죽이 곁들여져 어르신들이 즐겨 찾는다. 겨울을 지내며 잃었던 입맛을 다시 일깨워 몸도 마음도 건강한 봄을 맞이하게 한다. 1시간 이상 끓여야 하기 때문에 반드시 예약을 해야 한다.

 

▲ 연잎 충조 전압탕
▲ 연잎 충조 전압탕

 

●연잎영양밥
찹쌀로 볶듯이 밥을 지은 뒤 연근, 은행, 단호박, 대추채, 계절 콩, 견과류 등 9가지 재료를 섞어 연잎으로 싸서 한번 더 푹 찐다. 연잎 향과 풍미가 함께 스민 건강한 밥 한 숟갈은 모든 반찬과 어울리는 찰떡궁합이다.

 

▲ 연잎영양밥
▲ 연잎영양밥

 

●연근샐러드
식전 샐러드는 각종 제철 나물로 색깔을 더한 전통 오방색 연근 샐러드는 톡쏘는 겨자들깨드레싱을 버무려 먹으면 식욕을 돋게 하는데 연근은 위장을 보하는 효능이 있으며 새콤달콤한 맛을 낸 유자청 생연근 샐러드도 함께 곁들여 나온다.

 

▲ 연근샐러드
▲ 연근샐러드

 

●연근새우장
'은수저'만의 레시피로 만든 '연근 새우장'은 싱싱한 새우를 깨끗이 손질해서 다듬은 뒤 끓이고 식히기를 반복하며 정성들여 맛을 낸 양념간장에 재워 탱글탱글한 밥도둑이다.

 

▲ 연근새우장
▲ 연근새우장

 

●나물초밥
'나물초밥'은 생선초밥 대신 준비하는데 계절마다 두릅, 방풍, 취나물 등 특유의 나물 향과 함께 다양한 맛을 볼 수 있다.

 

▲ 나물초밥
▲ 나물초밥

 



 

▲ 판소리 명창 김경아(오른쪽) 선생과 제자 이은주(왼쪽부터)·임공순씨가 연요리 전문점 '은수저'에서 만났다.
▲ 판소리 명창 김경아(오른쪽) 선생과 제자 이은주(왼쪽부터)·임공순씨가 연요리 전문점 '은수저'에서 만났다.

 

[김경아 판소리 명창이 찾은 '은수저']

"3·1 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수립 100주년을 맞아 지난 1일 창영초등학교에서 열린 기념식에서 판소리 '유관순 열사가' 중 '만세 대목'이 있는데 '대한독립만세'를 부르자 참가자들 모두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만세'를 외치는 장면에 짜릿한 감동을 받았어요."

인천을 대표하는 '소리꾼' 김경아 명창과 제자들인 이은주, 임공순씨가 연(蓮)요리 전문점인 부평구 산곡동 '은수저'에서 만나 판소리와 연을 재료로 만든 음식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김 명창이 상임이사로 있는 사단법인 '우리소리'는 지난해 2월 발족한지 1년이 조금 지났다. '우리소리'는 인천의 판소리 저변확대를 위해 판소리를 배우고 즐기는 동호인들의 학당이자 활동의 중심으로 판소리 강습, 동네주민들을 위한 공연 및 전국 곳곳의 명창들을 초청해서 벌이는 판소리 공연 등 활발한 사업을 펼쳐왔다.

"지난 1년간 많은 행사를 벌이며 바쁘게 움직였어요. 판소리에 관심있는 분들의 성원 덕분이기 때문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인천의 판소리 공연의 대표 브랜드로 자리잡은 '청어람 다섯바탕 발표회'는 해마다 추석 연휴 마지막날에 전국 곳곳에 있는 명창들을 모셔와 공연을 펼치는데 지방 명창들이 인천에 '귀명창'들이 많다는 소문을 듣고 다른 공연보다 연습을 많이 하고 무대에 오른다고 해요. 또 '우리소리'에서 판소리를 배우고 있는 동아리 회원들이 그동안 갈고닦은 실력을 뽐내는 발표회도 상반기와 하반기로 나눠 실시하고 주민들과 함께 한 동네음악회도 큰 호응을 받고 있어요."

김 명창은 올해 개인적으로 의미있는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오는 10월 초 심청가 완창과 이를 준비하기 위해 백령도 사찰에서 100일 동안 홀로 판소리 공부를 하러 갈 예정이다.

"6월4일부터 9월 추석연휴까지 100일동안 공부하러 백령도에 들어가요. 그야말로 '독공(獨功)'이지요. 해마다 여름이면 한달정도 제자들 3~4명과 함께 깊은 산속으로 들어가 소리를 갈고닦곤 했지만 '100일 독공'은 저도 오랜만이에요. 심청가를 완창하려면 보통 4시간30분가량 걸리는데 체력도 길러야 하고 무엇보다 심청가 완창은 처음이라 벌써부터 긴장이 되네요. 그래도 5시간30분정도 걸리는 춘향가 완창보다 시간이 짧은 편이지요."

김 명창의 제자들인 이은주, 임공순씨는 10년정도 판소리를 배웠다. 춘향가는 다 배워 '책거리'를 마치고 최근 심청가를 배우고 있다. 소리 공부는 끝이 없어 쉬지 않고 평생 배우는 자세로 나태해지지 않으려 새로운 도전을 준비한다는 김 명창의 말에 끄덕이던 제자 이은주, 임공순씨는 판소리를 배우면 여러 가지 좋은 점이 많다며 입을 모았다.

"판소리를 배우며 따라하면 호흡이 길어지게 되니까 건강에도 좋고 책 한권을 다 외워야 되니까 치매 예방이라든지 정신 건강에도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판소리 대본이 고사성어나 속담, 옛날에 쓰던 말투 등이 많이 남아있어서 최근 개봉한 영화 '말모이'를 보는데 쉽게 이해할 수 있었어요."

김 명창은 올해는 3·1절 100주년 기념행사에서 '유관순 열사가' 한 대목만 불렀는데 내년에는 유관순 열사 서거 100주기가 되는 해이기 때문에 1시간30분 정도 걸리는 '유관순 열사가'를 완창할 계획도 갖고 있다.
"경상도 민요 '상주모심기'의 가사에 '연밥 따는 저 큰 아가 연밥 줄밥 내 따주마 우리부모 섬겨다오'라는 구절이 있어요. 연요리 전문점 '은수저'에 어울리는 대목인 것 같네요."

/글·사진 여승철 기자 yeopo99@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