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아 경기본사사회부 기자

공기가 달라졌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비리 사립유치원 명단을 실명공개한 날로부터 유치원을 둘러싼 분위기는 싸늘하다. 그동안 무조건 "믿고 맡깁니다"였다면 지금은 불신으로 눈빛이 흔들리고 있다.
유치원에 다니는 자녀를 둔 학부모뿐만 아니라 온 국민의 시선이 달라졌지만 사립유치원은 여전히 혼자만의 착각 속에 빠져 있다.

개학연기 투쟁이 '김빠진 콜라'처럼 힘없이 끝났음에도 여전히 일부 사립유치원은 교육 당국과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 소속 일부 원장들의 단톡방이 공개됐을 때도 개학연기에 대해 '한유총의 힘을 보여준 역사적 사건'이라고 평가했을 뿐 학부모와 아이들을 염려하는 말은 찾을 수 없었다.
최근 도내 사립유치원장 292명이 경기도교육감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한 것이 확인됐다.
행정소송 이유는 유치원 온라인 입학관리시스템인 '처음학교로' 미도입에 따른 지원금 미지급 문제. 이들은 도교육감을 상대로 '사립유치원 학급운영비 지원금 등 지급거부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사임을 표명한 이덕선 한유총 이사장도 명단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도교육청은 지난해 말부터 2019학년도 원아 모집에서 공정성 확보를 위한 '처음학교'로를 도입하지 않은 도내 400여개 유치원에 원장기본급 보조금과 학급운영비를 지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를 행정소송으로 거듭 해결하려는 일부 유치원들의 모습에 학부모들의 긴 한숨만이 이어지고 있다.

2010년부터 국·공립유치원과 사립, 초·중·고교에서 사용 중인 국가관리회계시스템인 '에듀파인'을 "전국 사립유치원이 사실상 100% 수용했다"는 교육부 발표에도 유치원을 향한 시민들의 불신과 분노는 쉽게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이에 학부모들도 유아교육의 새로운 방안을 모색 중이다.
학부모들은 '공동 육아'에 관심을 갖는 것은 물론 '부모협동조합형 유치원'을 만들어 그들이 직접 운영도 해보고 있다.

특히 부모협동조합형 유치원은 사립유치원이기는 하나, 학부모가 직접 운영·관리하기 때문에 운영에 투명성을 보장할 수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달 초 '부모협동조합 유치원'을 국내에서 처음 선보였다.
경기도 화성지역에서도 첫 협동조합 유치원 설립이 추진되면서 기대를 높이고 있다. 이러한 기대감을 사립유치원들이 충족시킬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다만 또 다른 파국으로 치닫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유아교육을 펼쳐나가는 미래의 개념 찬 유치원들로 학부모와 아이들의 외침이 더 이상 공중을 떠도는 처절한 메아리가 되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