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양꽃마루와 반려견 쉼터로 쓰이는 인천 계양경기장 주변 부지에 뉴스테이(기업형 임대주택)가 들어설 가능성이 커졌다.

계양구가 비용 문제로 부지 매입이 어렵다는 뜻을 전하자 인천시가 땅을 인천도시공사에 넘겨 개발하려는 것이다. 계양구는 경기장 건립 당시 계획대로 공원을 조성해 달라고 요구하지만 시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계양구는 계양경기장 주변 부지의 뉴스테이 건설 계획을 철회하고 주민 휴식 공간으로 활용할 것을 인천시에 건의했다고 25일 밝혔다.

계양경기장 북측에 위치한 이 부지는 시가 소유하고 있다. 면적은 11만191㎡로, 축구장 16개 넓이다. 지난 2014년 인천아시아경기대회(AG)를 앞두고 경기장 건립에서 제외된 땅이다. 지난해에는 유채꽃·코스모스가 피는 계양꽃마루와 반려견 쉼터로 활용되면서 22만여명이 방문했다.

지난해 시는 AG경기장 유휴 부지 매각 계획을 세우면서 계양·선학·남동경기장 주변 시유지를 해당 구에 팔기로 했다. 구에서 사지 않으면 도시공사에 현물로 출자한다는 조건도 내걸었다. 매각 기한은 올해 말까지다. 당시 계양구·연수구·남동구는 매입비 10년 분할 납부 등을 조건으로 땅을 사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감정평가액이 공개되면서 상황은 예상과 다르게 흘러갔다. 계양경기장 주변 부지 평가액은 400억여원으로 지난해 364억원보다 수십 억원이 뛰었다. 공시지가 179억원의 두 배가 넘는다.

계양구 관계자는 "계양테크노밸리 계획이 발표된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연수구·남동구는 평가액대로 매입할 뜻을 밝혔다고 시는 설명했다.

계양구가 이 땅을 사지 않으면 도시공사가 뉴스테이를 건설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갈등의 골도 깊어지고 있다. 구는 경기장 건립 당시 계획대로 활용돼야 한다며 뉴스테이 개발을 철회해 달라고 시에 요청했다. 지난 2016년에도 국토교통부가 AG경기장 주변 부지를 뉴스테이 예정지로 발표해 주민 반대에 부딪히기도 했다.

시 관계자는 "이미 도시공사에 출자하기로 결정됐다"며 "시 재정여건, 다른 구와의 형평성도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순민 기자 smlee@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