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공간 진화한 동네 책방, 마을 주민들이 키워내야죠"
▲ 김건숙 작가가 인천일보와의 인터뷰를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장소제공=타샤의 책방

 

 

▲ 김건숙 작가가 저서 <책 사랑꾼 이색 서점에서 무얼 보았나?> 출간과 함께 북토크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김건숙
▲ 김건숙 작가 저서 <책 사랑꾼 그림책에서 무얼 보았나?>.
▲ 김건숙 작가 저서 <책 사랑꾼 그림책에서 무얼 보았나?>.

 

남들처럼 인터넷에서 책 구매하다
<술 먹는 책방> 보고 '책방 여행' 시작
국내·일본 100여곳 가운데 11곳 선정
문화·양식뿐 아니라 운영 철학도 소개


'딸깍' 클릭 한 번이면 웹상에서 구매한 종이책 한 권은 단 몇 시간 만이면 두 손에 쥐어진다. 때론 5인치 남짓, 작은 휴대전화 액정 화면 안에 책을 두고 시시때때로 독서를 즐길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시대 흐름에 역행하며 반기를 든 '동네 책방'들이 우리 주변 곳곳에 생겨나면서 동네 책방은 '책을 파는 곳' 이상의 의미들을 지니게 됐다. 여기 동네 책방의 매력에 빠져 전국 팔도 책방들을 찾아가는 것도 모자라 바다 건너 일본의 책방까지 섭렵하고 돌아온 지독한 책 사랑꾼이 있다. 자칭, 타칭 '동네 책방 홍보대사' 김건숙씨는 이색 서점에서 무얼 보았을까? 그의 못 말리는 책방 사랑 스토리가 지금 시작된다.

'서점은 최고의 나들이 장소였습니다. 책이 가득 쌓여 있는 서점에 가면 심장이 뛰었습니다. 새로운 세계를 열어줄 책에 대한 기대감, 서가에 꽂혀 있는 책들의 제목, 책을 열면 풍기는 종이 냄새, 가슴속으로 파고드는 문장들, 내 마음에 꼭 드는 책을 골랐을 때의 풍만감 등은 일상의 소소한 행복이었습니다. 그러나 시대의 흐름에 따라, 라이프 스타일에 따라 저도 빠르고 편리하게 책을 살 수 있는 쪽을 택하고 있었습니다. 그 사이에 동네 서점이 사라지고 있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른 채 말입니다. 동네 서점은 일상에 지친 도시인들에게 해방 공간이 되어주고, 문화 예술의 체험 공간이 되어주기도 합니다. 누군가에게는 잃어버린 꿈을 찾게 해 주는 공간이 되기도 하고, 위로와 치유의 공간이 되어주기도 합니다.'
<책 사랑꾼 이색 서점에서 무얼 보았나?> 中에서

동네 책방 순례
김건숙씨가 쓴 <책 사랑꾼 이색 서점에서 무얼 보았나?>는 최근 트렌드로 자리한 국내 동네 서점들과 일찌감치 지역 서점들의 선진화가 이뤄진 일본 도쿄의 이색 서점들을 에세이 형태로 소개한 도서이다. 국내 6곳, 일본 5곳의 동네 책방을 소개한 이 책은 단순히 책방을 소개하는 것뿐만 아니라 각 책방마다 가지고 있는 독특한 문화, 양식, 책방 주인의 운영 철학까지도 세세하게 다뤄지고 있다.

"지금의 동네 책방은 책을 사고파는 곳일 뿐만 아니라 하나의 문화 공간으로 진화했고 저마다 독특한 양식을 갖고 운영이 되고 있죠. 저는 그 점에 주목했습니다. 어떤 방식으로 운영되는지 궁금해져 들르기 시작한 책방은 어느덧 100여 곳에 이르렀고 그 가운데 11곳의 인상적인 책방들을 책으로 엮어 소개하게 됐습니다."
언제나 책방으로 소풍을 떠난다는 김건숙씨. 그가 처음부터 동네 책방에 관심을 가졌던 것은 아니었다. 평소 독서를 즐겨하던 김씨는 여느 바쁜 현대인들처럼 스마트폰을 활용하거나 인터넷을 통해 도서를 구매해 왔다. 그러던 중, 책방 '북바이북'의 운영자이자 <술 먹는 책방>의 저자 김진양 대표의 책을 우연히 접하고부터 동네 책방에 대한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술과 책. 이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두 가지가 있는 책방이라고 하니 호기심이 들더라고요. 동네 책방이라 하면 떠올려지는 모습은 언제나 먼지 쌓인 책들과 손님 없는 그런 모습들인데 궁금증이 들어 찾아가 보게 됐습니다."

처음으로 접한 동네 서점은 김씨에게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술도 술이지만 강연이라든지, 콘서트, 다양한 취미 강좌 등이 이 작은 공간 안에서 펼쳐진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때마침 서점에서 한창 진행 중이던 '괴산 숲속작은책방'의 운영자인 백창화·김병록 부부의 강연까지 듣게 된 김씨는 이색적인 책방이 도처에 많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 책방 탐방을 계획하게 된다. 본격적인 '동네 책방 순례'가 이때부터 시작된 것이다.

"숲속작은책방은 제가 다녀온 책방들 중에서도 가장 인상 깊은 곳 중 하나였죠. 조용한 전원마을 안에 있는 이 책방은 최초의 가정식 서점이에요. 부부가 생활하는 주거 공간의 거실을 책방으로 꾸며놓고 민박을 함께 운영하며 북 스테이를 경험 할 수 있는 이색적인 책방이었죠. 특히 이 '공유'라는 부분입니다. 각박한 세상에 내 집 거실을 내주고, 내가 가지고 있는 내 책을 다른 사람들에게 내주는 점이 인상적이더라고요."

본격적으로 시작된 김씨의 책방 순례 여정에서 기억 남는 또 다른 책방은 과천 '타샤의 책방'이다.

"집이 안산이다 보니 4호선을 타고 쉽게 갈 수 있는 책방이 과천에 있다는 말에 냉큼 달려갔었죠. 제가 애정 하는 곳 중에 하나인 타샤의 책방은 그림책 특화 서점이에요. 인상적인 것은 인근의 아이들이 키즈 카페를 가는 대신 여기 타샤의 책방에 와서 책을 읽는다는 점이에요. 엄마는 옆에서 취미생활을 하고 아이는 오랜 시간 칭얼거림 없이 책을 읽더라고요. 또 무엇보다 친근하고 오래된 친구 같은 타샤의 책방 주인장인 김현정 대표와 허선영 이사가 항상 따뜻하게 맞이해 줘서 참 고맙게 느껴지더라고요."

'우리나라 최초로 술을 팔기 시작한 '북바이북'· 거실에 책방을 차려서 최초의 가정식 서점을 만든 '숲속작은책방'·짐 보관 서비스와 독립 출판을 도와주는 여행전문 서점 '짐프리'·문화 예술인들을 위한 책으로 큐레이션한 '땡스북스'·엄마와 아이들이 함께 다닐 수 있도록 다양한 강좌를 마련한 그림책 전문 서점 '타샤의 책방'·통영의 문화·예술인들을 재조명하면서 지역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봄날의 책방'·세계 최대의 고서점가인 진보초에서 우리의 문학과 문화를 알리고 있는 '책거리'·2012년 개점 이래 하루도 거르지 않고 이벤트를 하고 있는 B&B·한 종류의 책만 판매하는 '모리오카 서점'·어린이와 여성과 친환경의 관점으로 만든 '크레용 하우스'·주로 예술 서적을 취급하고 고즈넉한 주변 풍경과 조화를 잘 이루고 있는 '카우북스''
<책 사랑꾼 이색 서점에서 무얼 보았나?> 中에서

책방은 온 동네가 키운다
온 동네 책방을 찾아다니던 김씨는 급기야 지역 서점의 내용을 다룬 논문을 내기에 이르렀다.

"여러 지역 서점을 다니면서 깨달은 점은 더 이상 책방이 책방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다채로운 문화 활동을 마련하고 사람들과 소통하며 교류의 장이자 복합 문화공간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 현시대의 책방들이죠. 이 같은 책방들은 지역 주민들의 가장 가까이에서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도록 공간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와 관련한 논문을 쓰게 된 것입니다."

동네 책방에 간 순간 빈 손으로 나오는 법이 없다는 김씨의 책방 사랑은 남다르다. 부쩍 어려워진 동네 책방의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김씨가 할 수 있는 유일의 사랑 표현법이다.

"사놓고 읽지 못한 책이 수두룩해요. 책방이 사라지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 책을 한 권 두 권 사들인 것이 서재를 가득 채우고 있죠. 아프리카 속담에 아이는 온 동네 사람들이 키워야 한다는 말이 있듯, 책방도 지역민들이 키워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적어도 저에게만큼은 우리 동네 가장 가까운 문화 공간이면서 회사와 집을 벗어난 제3의 공간이자 휴식처인 유일한 곳이기에 지켜내고 싶습니다."

최근 김건숙씨는 그의 두 번째 저서 <책 사랑꾼 그림책에서 무얼 보았나?>의 출간을 앞두고 연일 바쁜 일과를 보내고 있다.

"그림책이 전하는 메시지는 무엇보다 강합니다. 마치 시처럼 함축적이고 은유적이면서 강렬하죠. 그림책이라고 해서 아이들만 보는 것이 아니라 성인들에게도 상당한 영향력이 있는 것이 그림책이고 그림책 읽기의 중요성 또한 커지고 있습니다. 두 번째 저서 <책 사랑꾼 그림책에서 무얼 보았나?>는 이와 같은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글·사진 박혜림 기자 hama@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