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서 전 송도중학교 교장

 

얼마전 읽은 신문기사 중 낯선 '무나니스트' 라는 말이 계속 머리에 떠오른다.
'무나니스트'('무난하다'와 '-ist'의 합성어)는 무난함과 사람의 합성어로 무난함을 추구하는 2000년생들을 대변하는 신조어라고 한다.
신문마다 2000년생 시대가 오고 있다고 특집기사를 내보내고 있다. 그들은 기성세대와 다른 그야말로 세대차가 나는 세대로서 어느 신문은 그들의 특징을 이렇게 요약했다.
'자신과 연관된 공정성을 중시하는 공정세대이고, 주변과 어울리는 인싸(인사이더의 줄임말, 자신과 속한 무리 안에서 여러 사람과 잘어울리는 이)가 좋다고 하고, 사람과 사귈 때도 가성비를 따지는 이코노미스트이고, 연애와 생활균형을 추구하는 러라벨(러브 앤드 라이프밸런스)이고, 24시간을 스마트폰을 놓지않는 폰연일체'라 한다.

더불어 가장 꿈이 큰 스무 살, 새로운 출발점에 섰지만 오늘날 2000년생의 목표는 당찬 포부보다는 '무난함'에 가깝다. 기성세대는 '패기 없다', '꿈이 작다'고 꾸짖겠지만 이들은 '부모만큼 사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깨달은 것 뿐'이라고 항변한다. 그렇기 때문에 2000년생들은 펑범하게 노력해 평범한 삶을 살다 평범하게 죽는 꿈을 추구하는 무나니스트 세대라고 한다. 기성세대들은 큰 목표를 갖고, 큰 꿈을 꾸며 죽도록 노력해 '성공'을 이루는 것이 바람직한 삶이라는 사회적 인식이 대부분이다. 어릴 때부터 노력과 성공을 강요받아 온 세대들은 다른 가치가 옳을 수도 있다는 것을 생각조차 못했다. 그래서 나태함은 곧 죄이기에 기성세대들은 끊임없이 부지런하고 근면 성실해야했다. 그런데 2000년생의 바람직한 삶의 목표가 꿈을 치열하게 이루기보다는 튀면 너무 힘든 인생, 앞서가지도 동시에 뒤처지지도 않는 평범하고 무난함을 추구하는 무나니스트라니.

2000년에 태어난 무나니스트 세대가 이 나라의 미래를 이끌어갈 주역들이 될 것이다. 그들은 복잡다단한 이 사회에서 지극히 개인주의와 이기주의 성향으로 살 것이다. 형평성에 어긋나는 문제를 만나면 크게 반발도 보일 것이다. 그들이 추구하는 평범하게 사는게 좋은지 아니면 특출나게 살 것인지도 그들만의 선택권이다. 다만, 노력했던 일이 되지 않고 더 튀게 될 때가 생기면 그 땐 그 상황을 이겨나갈 수 있을까.
'뜻이 있어 마침내 이루다'라는 뜻으로, 이루고자 하는 뜻이 있는 사람은 반드시 성공한다는 것을 비유한 '유지경성(有志竟成)'이란 고사성어가 있다. 중국 후한의 광무제와 수하 장수 경엄의 고사에서 유래된다. 경엄은 원래 선비였는데, 무관들이 말을 타고 칼을 쓰며 무용을 자랑하는 광경을 본 뒤로 자신도 장차 대장군이 되어 공을 세우고자 마음먹었다. 나중에 유수(훗날의 광무제)가 병사를 모집한다는 소식을 듣고 달려가 그의 수하가 된 뒤로 많은 전투에서 승리를 거두었다.

경엄이 유수의 명을 받고 장보의 군대를 치러 갔을 때의 일이다. 당시 장보의 군대는 전력이 상당히 두터워 공략하기 어려운 상대였다. 어지럽게 싸우는 가운데 경엄은 적군의 화살을 다리에 맞게 되어 피가 철철 흐르고 통증도 심했다. 그러자 경엄의 부하가 잠시 퇴각한 뒤에 전열을 가다듬어 다시 공격하자고 권했다. 그러나 경엄은 '어찌 적을 섬멸하지 못하고 주상께 골칫거리를 남겨 드릴 수 있겠는가'라며, 다시 군대를 이끌고 장보를 공격했다. 장보는 마침내 패하여 도망쳤다. 유수는 경엄이 부상을 당하고서도 분전하여 적을 물리친 것을 알고 경엄을 칭찬하여 '장군이 전에 남양에서 천하를 얻을 큰 계책을 건의할 때는 아득하여 실현될 가망이 없는 것으로 여겨졌는데, 뜻이 있는 자는 마침내 성공하는구려'라고 말했다. <후한서(後漢書)> '경엄전'의 이야기이다.

각박한 사회 현실을 이길 수 있는 건 꿈에 도전하는 마음가짐이다. 어떤 꿈을 꾸며 도전할 것인지 정해졌다면 본인이 꿈꿨던 분야에서 끈기를 가지고 부단히 노력해 보자. 인생은 길다. 젊어서 아파보기도 해야 성숙할 수 있기에 우리 청춘들에게 실패가 두려워 포기했다가 후회하는 삶을 살기보다 실패를 하더라도 꿈을 갖고 도전해 보기를 간곡히 권고한다.

지금 당장 자신이 원하는 모습을 머릿속에 온전히 그려보라. 그리고 그것에 도달하는 길을 한 발짝씩 걸어가라. 미래는 항상 열려 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도전하자. 길이 없다고 막막해 하지 말자. 꿈이 있기에 나아갈 수 있는 것이 청춘이다. 찬란한 미래를 위하여 꿈을 크게 갖고 가자. 꿈을 갖고 무한 도전하는 청춘을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