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미리 분더슐레정신분석심리상담센터 대표협성대 초빙교수

현대문명의 발달로 이전과는 다른 편리함을 누리며 산다. 그러나 편리하게 이용하는 이 문명들이 과연 진실인지 거짓인지를 탐구하는 일을 즐기는 일, 즉 비판적 사고를 갖고 사는 사람들은 많지가 않다. 더욱이 사유하는 것을 기피하고 가시적인 현상들을 중요시 여기며 바삐 살아가는 현대인들이라면 말이다. 무수히 많은 정보와 지식들을 소유한다고 해도 그것을 표면적으로만 바라볼 뿐, 이면에 숨겨진 의미를 파악해 내지 못하고 그것들을 활용하지 못한다면, 대량의 정보성에 노출되어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오히려 문명의 이기들을 누리는 것이 아니라 이용당하는 삶을 살아 갈 수도 있다.

현대문명 속에 대량으로 유포되어 있는 정보들과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 소통의 주된 도구인 언어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을 이야기하는 동물이라 일컬었고, 마틴 하이데거는 '언어를 존재의 집'이라고 정의했다. 이는 언어가 인간의 사고와 행동의 도구이기 때문이다. 언어가 원활하면 그 사고와 행동이 원활해지고, 언어가 막히면 사고도 행동도 막히게 된다. 인간은 사고를 바탕으로 언어를 창조하고, 사고의 결과인 언어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한다.

이처럼 사고의 내용이 언어로 표현되고 사고의 폭이 넓어지면서 발전하게 된다. 언어는 생각과 느낌을 표현하는 수단일 뿐 아니라 생각과 느낌을 형성하고 규정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따라서 우리는 어떤 언어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사고가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사회는 오히려 개방과 소통이라는 미명 아래 지속적인 공론의 장소들을 만들어 왔지만 여전히 우리는 진정한 대화의 장을 찾지 못하고 있다. 최근 우리 사회의 언어파괴 현상이 심각하다. 스마트폰, PC통신, 인터넷과 사이버 공간들을 통한 언어파괴 현상은 세대 간의 의사소통을 단절시키고, 사람들의 소통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됐다.

언어는 인류를 다른 동물과 구별해 주는 특징 중 하나로서 생각하고 말을 하며 이성적 사고를 하게 한다. 언어는 인간의 감정이나 사상을 표현하여 의사를 소통하기 위한 소리나 문자 따위의 수단이다. 또한 언어는 개인적인 성격과 인격을 표출한다. 언어의 특성으로는 언어 단어가 필연적이지 않고 임의적이라는 자의성, 상황에 맞춰 변화하는 창조성, 의미와 형태가 결합되어 체계를 갖는 체계성, 인간의 사회조직을 가능하게 하는 사회성과 그 외에도 유연성, 가변성, 추상성 등을 가지며 의사전달의 매개체가 되어 사회협동을 가능하게 한다.

언어는 소리라는 기본요소를 가지며 규칙에 따라 뜻과 소리가 결합한다. 이 조합에 문법적인 통사구조를 가지게 되면서 의미를 내포한다. 언어는 세계와 연결되어 우리가 아는 세계를 보여준다. 언어를 참되게 안다는 것은 그 언어를 사용할 준비가 되어 있는 것이고, 그 언어는 때로 힘과 권력이 되기도 한다. 언어는 여러 상황과 규칙에 따라서 다양한 의미를 갖지만 다수가 사용하기에 규칙과 나름의 질서를 갖는다. 그렇지 않으면 어휘의 폐기, 언어의 축약, 조작과 축소, 왜곡은 인간의 생각하는 능력을 파괴할 수도 있다. 인간은 바르고 참되게 생각하고 객관적인 시선에서 자신과 세상을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인류는 경험을 언어로 표현한 지식의 축적에 의해 문화를 발전시켜 왔고, 그러한 언어를 소중하게 가꾸고 전승해야 하는 책임이 있다.

한번 지나가면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것이 세 가지가 있다고 한다. 그것은 잃어버린 기회와 시위를 떠난 화살 그리고 입에서 나온 말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강력하고 무서운 것이 '말'이다. 격려와 기쁨의 말은 사람에게 용기와 행복을 주지만 저주와 비난의 말은 한 사람의 신용과 명예를 일시에 무너뜨릴 수도 있다. '말 한 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 '발 없는 말이 천리 간다', '침묵은 금이다', '구화지문'(口禍之門), '구시상인부'(口是傷人斧) 등 우리의 옛 조상들은 말에 관한 여러 속담과 글들로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 경고의 메시지로 준다. 우리가 사는 이 시대는 각종 공해와 오염으로 세상이 더러워지기도 하지만 무책임한 말과 언어의 남발, 아첨과 중상모략, 공갈협박, 남을 흉보고 헐뜯는 말들로도 점차 오염되고 병들고 있다. 매스컴과 같은 대중매체 등을 통해 퍼지는 언어의 왜곡과 조작이 병리학적인 인간화를 조장한다.

말은 자신이 누구인지를 노출시킨다. 먼저 말하는 기술보다 말하려는 사람의 인격과 대인관계를 중요시해야 한다. 생각하고 있는 바가 언젠가 말이 되어 나오기 때문에 진실함과 사랑으로 타인을 대하겠다는 마음가짐이 대화의 좋은 출발점이 될 것이다. 성숙한 사람의 훈련을 위한 첫 걸음은 바로 말과 행실의 일치에서 시작된다. 현재를 사는 우리에겐 그 어느 때보다 더 인정과 포용의 말, 희망과 용기의 말, 지혜의 말, 친절과 동정의 말, 감사의 말, 격려와 칭찬의 말, 사랑의 말이 절실히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