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토론회서 사회적 합의안 제시 … '세계유산 등재' 목소리도
"가장 바람직한 대안은 주민 동의를 얻어 현장에 역사 기억 장소를 마련하는 일입니다."(정혜경 일제강제동원&평화연구회 연구위원)
"부평구가 미쓰비시 사택을 공공 매입하고 주민과 협의해 공간을 활용할 필요가 있습니다."(김경배 인하대 건축학과 교수)

철거 위기에 몰린 인천 부평 '미쓰비시(三菱·삼릉)' 줄사택의 역사성이 부각되면서 문화적 명소로 재탄생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주목받고 있다. 보존에 반대하는 주민과의 사회적 합의로 건축물을 활용하자는 것이다.

미쓰비시 사택과 일제강점기 군수공장이었던 캠프마켓 일대가 세계유산으로 등재할 만한 아시아태평양 전쟁유적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김 교수는 지난 22일 부평구청에서 열린 '미쓰비시 사택의 가치와 미래, 그리고 부평' 학술토론회에서 "미쓰비시 사택이 지닌 역사성과 장소성, 사회적 가치를 재활용해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재생시킬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공공투자로 사택을 매입하는 방식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며 "주민이 원하는 시설로 활용하는 협의 절차도 동시에 진행돼야 한다"고 했다.

미쓰비시 줄사택은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역사를 간직한 곳이다. 전범기업 미쓰비시 제강 노동자 합숙소였던 사택은 잇단 철거로 66채만 남아 있다. 올해에도 행정복지센터·주차장 착공 등으로 철거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이연경 인천대 지역인문정보융합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사택이 더 무너지기 전에 실측조사와 현황 파악으로 기록을 남겨야 한다"고 지적했다.

부평지역 아태전쟁 유적 전체로 논의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주문도 나왔다. 당시 한강 이남 최대 군수공장이었다가 미군기지가 들어선 '조병창' 등과 연계한 역사를 짚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 연구위원은 "가해국 일본은 강제동원 현장을 세계유산으로 등재했다"며 "부평이 아태전쟁 유적을 보존하고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함으로써 평화를 견인하는 성숙한 모습을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순민 기자 smlee@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