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산부 원정출산...산부인과 시설 유지 어려움 호

"분만할 수 있는 산부인과를 가려면 버스로 50분이나 걸려요. 택시를 타면 왕복 2만원이 드는데 분유 1통 값이에요."

지난 20일 인천 동구보건소 모유 수유교실에 만난 김지연(37)씨는 깊은 한숨을 쉬었다. 만삭 당시 무거운 몸을 이끌고 산부인과를 다녔던 기억 때문이다. 김씨는 "분만할 곳에서 진료도 같이 받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임신한 순간부터 다른 지역 산부인과를 다녔다"고 말했다.

인구 감소 문제에 직면한 동구가 '저출생 악순환'에 빠지고 있다. 출생아 수가 줄면서 산부인과는 분만 시설을 없애고, 주민은 '원정 분만'을 하며 임신·출산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분만시설 없어 '원정 분만'

24일 동구 자료를 보면 동구에는 산부인과 3곳이 있지만 일반 진료만 볼 뿐 분만시설이 갖춰져 있지 않다. 이들 산부인과는 동구에서 분만시설이 없어지는 추세에 대해 저출산 영향이 크다고 입을 모은다. 동구지역 한 산부인과 관계자는 "출생아가 점점 줄어들면서 비용 측면에서 분만 시설을 유지하기가 어려운 형편"이라며 "몇 년 전부터 원래 있던 분만 시설을 없애고 일반 진료로 병원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구 출생아 수는 수년째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2016년 527명이었던 출생아는 2017년 443명, 지난해 385명으로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다.

동구보건소 모유 수유교실을 찾은 산모 대부분은 서구 청라국제도시와 미추홀구 대형 산부인과에서 아이를 낳았다. 임신 진료부터 분만, 산후조리까지 할 수 있는 곳이 동구에는 없었기 때문이다.

▲"산후조리원 선택권도 없어"

동구에는 분만이 가능한 산부인과뿐 아니라 산후조리원도 없다. 보건복지부 자료를 보면 인천에서 미추홀구(5개)·연수구(3개)·남동구(6개)·부평구(3개)·계양구(4개)·서구(9개)를 제외한 지역에는 산후조리원이 운영되지 않고 있다. 동구 산모들은 산후조리원을 찾아 또다시 원정을 떠나기도 한다. 동구에 거주하는 윤미주(35)씨는 "다른 지역 산부인과에서 아이를 낳고 조리원을 신청하려고 보니 가득 찼다고 해서 다시 조리원을 찾아 원정을 가야만 했다"며 "거주지 근처에 조리원이 없다 보니 선택권 자체가 없었다"고 말했다.

산후조리원 규정 때문에 이동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최선민(39)씨는 "첫째 아이를 함께 돌볼 수 있는 산후조리원을 찾기 위해 여기저기 문의 전화만 몇 통을 했는지 기억이 안 난다"고 했다.

산모들은 산후조리원에서만 얻을 수 있는 육아 정보를 공유할 수 없는 점 또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동구에서 갓난아이를 키우는 김규빈(33)씨는 "대부분 산후조리원에서 육아 정보를 공유한다"며 "지방자치단체별로 혜택이 달라 인터넷을 통해 혼자 정보를 얻어야 했다"고 말했다.

▲'분만취약지' 지원 사각지대

동구는 정부가 지정하는 '분만취약지'에서도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분만취약지는 분만 가능한 산부인과가 없는 지역을 말하는 것으로 산모들에게 임신·출산지원비 20만원을 지원한다. 인천에선 옹진군이 유일하다.
분만할 수 있는 산부인과가 없지만 동구는 분만취약지 지원 대상에서 벗어나 있다. 보건복지부 자료를 보면 분만취약지는 대중교통으로 60분 안에 분만 의료시설에 도달할 수 없어야 되며, 가임인구 비율이 30% 이상일 경우에만 해당된다. 동구 가임인구 수는 1만3467명으로 인구 대비 20.5%로 분만취약지 선정 기준에 충족되지 않는다. 김수진(37)씨는 "임산부들에게 20만원이라는 돈은 크다"며 "지원을 받는다면 경제적인 부분에서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동구는 우선 출산 가정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산모·신생아 건강관리 서비스를 확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산모·신생아 도우미 지원에 대한 조례'를 개정해 동구에 거주하는 임산부 모두에게 서비스를 지원하려는 것이다. 구 관계자는 "기존에는 소득 수준에 맞춰 건강관리사를 지원했다"며 "5월부터 동구에 6개월 이상 거주한 임산부는 건강관리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아진 기자 atoz@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