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준 정치부 정치팀장

18일 오전 인천에서 예산정책협의회를 열기로 했던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당일 경남지역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4·3 통영·고성 보궐선거에 출마하는 양문석 후보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이해찬 당 대표는 개소식에서 양 후보를 치켜세우며 "이 지역엔 철도가 없다. 철도 없는 지역에 KTX 남부내륙철도를 설치한다고 정부가 발표했다. 기적 같은 일이다. 예비 타당성 조사를 하면 결코 나올 수 없는 것을 대통령이 과감하게 결단해 예비 타당성을 배제하고 KTX를 설치하기로 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정작 민주당 지도부의 '인천 패싱(건너뛰기)'으로 크게 낙담한 인천시민을 위로하는 말은 한마디도 없었다.

인천시민 입장에선 민주당의 지역 챙기기 우선순위에서 300만 인천이 경남지역 선거 후보 1명에게 밀렸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민주당 지도부와 지자체가 함께 머리를 맞대는 예산정책협의회는 지역 현안을 공유하고 내년도 국비 확보 계획을 심도 있게 논의하는 자리다. 올해 처음 국비 3조원 시대를 연 인천시가 2020년도 국비 확보 목표치를 달성하고자 협의회에 목을 멜 수밖에 없는 이유다. 앞서 지난해 9월에도 패싱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이 대표가 인천 예산정책협의회 개최를 하루 앞두고 청와대 정무수석 면담 등의 이유로 인천 방문을 취소하면서다. 이 대표의 부재로 협의회는 홍영표 원내대표 주도로 맥빠진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한 번은 우연으로 치부할 수 있지만 두 번 이상이 되면 불순함마저 느끼게 한다. '인천은 무시해도 괜찮겠지'하는 안일함 말이다.

인천시민이 속상한 일은 며칠 전 또 있었다. 민주당 지도부가 지난 13일 부산 예산정책협의회에서 인천국제공항 기능 양분을 전제로 한 영남권 국제공항 신설과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부산 개최 등 부산시민이 환호할 만한 '공약'을 마구 남발한 것이다. 문제는 이 달콤한 약속들이 인천시민에겐 '인천의 이익에 반하는, 인천 것을 뺏어 부산에 넘겨주는 의미'로 읽힌다는 데 있다. 인천공항은 대체 공항을 논하기엔 성장 기간이 아직 많이 남아 있다. 4·5단계 건설 사업을 거쳐 세계 3대 공항으로 도약해야 하는 목표가 있다. 또한 부산은 이미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를 개최한 경험이 있다.

이제는 인천에 기회를 줘야 할 때다. 아세안 10개국이 대한민국 브랜드로서 인천을 경험할 수 있도록 민주당과 부산이 협력할 의무가 있다. 시민이 정치권에 '감정 상함'을 표현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투표다. 민주당 지도부는 지금부터라도 긴장을 늦추지 말고 균형감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