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칼럼] 생활예술교육환경의 구축
[경기칼럼] 생활예술교육환경의 구축
  • 인천일보
  • 승인 2019.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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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흥수 서울대 예술과학센터 선임연구원

새로 설립하는 문화기관과 공연장을 경영한 경험이 여러 차례 있었다. 그때마다 '배움이란 끝이 없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특히 공연장을 개관하게 되면 예상치 않았던 사건과 사고 그리고 기대와는 사뭇 다른 의외의 결과를 마주하게 된다.
5년 전 울산에서 새로운 공연장 관장으로 근무할 때의 일이다. 우선 공연장을 완공하고, 개관을 기념하는 공연과 전시 사업을 마친 후, 좋은 시설을 잘 활용할 방안을 모색하고 있었다.

새로 완공된 건물이라 공연장 위에 제법 좋은 강의실을 여러 개 갖추고 있었다. 다른 지역과 달리 이곳은 특별 단체가 입주하지도 않아 모든 시설을 온전히 시민에게 제공할 수 있었다. 고민을 하다가 일반인을 대상으로 문화예술 강좌 프로그램을 기획하게 됐다.

문화예술 강좌를 연다고 하니 여러 곳에서 교육 강사 추천이 왔다. 강사 선발에 앞서서 어떤 강의를 개설할 것인가를 사전에 조사한 후, 적합한 강사를 임명했는데 의외의 결과가 속출했다. 전문가들의 추천으로 임명된 상당수의 강의가 정원을 채우지 못해 폐강된 것이다. 폐강된 강의에는 내가 제안한 강의도 포함됐다. 바로크 예술의 이해, 현대 회화의 세계, 클래식 기타 실습 등이었다. 반면에 커피 드립, 감성 사진, 캘리그라피, 우쿨렐레 강좌 등은 성황리에 시작하게 됐다. 우리 공연장에서의 강좌는 매우 인기가 높아서 3개월 후 더 많은 강의가 개설되었고, 6개월 후에는 강좌 개설 수가 100개를 넘어서며 수강인원은 연인원 2000명을 넘어섰다. 강좌를 접수하는 날은 소속 직원뿐만 아니라 외부의 지원 인력이 동원돼야 했고, 온라인 강좌 접수는 수강생이 폭주하며 용량을 감당하지 못한 인터넷 서버가 다운되는 지경이었다.

강좌 수강 인원이 증가하며 자연스럽게 공연정보를 얻게 되는 수강생들이 공연을 관람하기 시작했다. 공연이 없는 날에도 늘 많은 사람들로 북적이는 곳이 되었고, 강좌는 새로 건립된 공연장의 효자노릇을 톡톡히 했다. 성공적인 개관과 인기 높은 교양 강좌 운영으로 흥행가도를 구가하였지만, 기관을 책임 맡은 관장으로 한 가지 고민거리가 있었다. 그것은 강좌를 담당하는 강사의 전문성이 다소 떨어진다고 생각되는 점이다.
전체 강사의 프로필을 검토한 결과 해당 예술 분야를 전공한 강사의 수가 20%에도 못 미쳤다. 지방이라서 전문 강사가 부족한 이유라고 생각할 수도 있었지만, 거주 인구가 100만 명이 넘는 도시의 규모와 지역의 역사와 문화 수준을 생각하면 강좌의 강사 수준은 아쉬움이 있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점은 3개월마다 실시되는 수강생들의 강좌에 대한 만족도 조사는 강사의 전문성에 대한 항목의 만족도가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오히려 수강생들은 전문교육을 받은 강사들에 대한 불만이 있었는데, 전문교육을 받은 강사들은 수강생들을 전문가로 교육시키는 목표를 세우다보니 교육과정이 수강생에게는 교육의 강도가 다소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전문적인 교육을 받지 않은 강사들은 수강생 개개인들의 생활환경, 정서, 심리 등을 세밀하게 파악하고, 이를 기반으로 개별교육 목표를 정해서 좋다는 것이다.

수강생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지역의 문화예술 강좌는 일상생활에서 예술 활동을 통해 여가시간을 즐기는 문화를 갖기 위한 활동이며 생활예술의 가치라는 개념을 일깨워준다. 수강생들의 요구는 강사보다는 오히려 좋은 교재에 있다. 교재가 생활예술의 가치와 교육목표를 담기에는 너무 어렵거나 다소 조악했던 것이다. 이들을 위한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교재 개발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현재 교육 현장에서 사용되고 있는 대부분의 교재는 수월성 교육을 목표로 만들어진 교육 자료들로 여가 생활을 즐기는 교육환경에 적합하지 않다. 그러나 교재의 개발은 마음먹는다고 쉽게 교체하기는 어려운 문제여서 장기적인 과제로 남겨두게 되었다.

생활예술을 단순하게 정의하면 시민 혹은 주민이 자신이 살고 있는 일상생활 속에서 주체적으로 수행하는 예술적 활동이라 할 수 있다. 일반 대중은 전문예술 기관에 의존하지 않고 생활공간에서 예술을 학습하고 숙련하는 생활예술 활동을, 특히 동호회를 중심으로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 이들은 고급 예술의 레퍼토리에 충실하되 생활의 터전에 뿌리를 내리고 활동을 이어간다. 생활예술에 대한 정부의 공공지원 방향을 축제나 수혜자의 규모로 가치를 부여하는 사업 지원방식을 지양하고, 여가를 즐기는 생활예술가들이 정말 필요로 하는 기반 즉 교재의 연구와 제작 그리고 우리가 살아가는 생활 속에서 예술 활동을 다양하게 펼칠 수 있도록 환경을 개선하는 등의 지원정책 방향의 선회가 이제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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