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 신고 기다렸으나 '전무'
활동 시한 일주일도 안 남아
신분 노출 위험에 제보 꺼려

인천시의회가 인천지역 체육계에 뿌리내린 성폭력 문제를 해결하고자 나섰지만 별 소득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피해자의 용기를 바라기 보다는 용기를 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우선시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19일 시의회에 따르면 지난 1월 '인천시 체육계 성폭력 및 인권 침해 민원 접수를 위한 인천시의회 의원 모임'이 출범했다. 앞서 현직 운동선수가 성폭행을 당했다는 사실이 사회적 문제로 불거지자 인천 역시 비슷한 사례가 있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이에 따라 시의원 9명은 두 달간 휴대전화와 문자메시지, 전자메일로 피해 사례를 접수받고 추후 사건이 확인되면 인천시, 경찰 등과 협업해 해결책을 마련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모임 활동 기간이 1주일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지금까지 시의회에 접수된 성폭력 제보는 '0'건으로 확인됐다. 성폭력 피해 당사자가 아닌 제3자로부터 지인이 성폭력을 당한 사실을 알고 있다는 문의는 몇 차례 접수됐지만, 직접적인 제보나 사실이 확인된 내용은 한 건도 없었다.

이런 상황 속에 최근 인천 소재 성폭력상담소에 체육계 성폭력 관련 문의가 들어왔다.

인구보건복지협회 인천지회 성폭력상담소에 따르면 올해 초 자신을 운동선수라고 밝힌 여성이 성폭력을 당했다고 신고했다. 그는 상담원에게 훈련을 마친 뒤 방문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이내 연락을 끊고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를 두고 상담소 측은 신분 노출을 꺼리는 성폭력 피해자들이 상담을 망설이는 일반적 사례라고 설명했다. 특히 체육계 같은 경우 코치나 감독 등 상급자와 연관된 사건일 가능성이 높아 보복 등을 우려해 용기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윤진숙 인구보건복지협회 인천지회 성폭력상담소장은 "시의회가 성폭력 피해자를 돕기 위해 적극적으로 피해 접수를 받는다는 것은 환영할 일이지만, 이제는 피해자의 용기를 바라기보단 용기를 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피해자 입장에서 접근할 수 있는 방안을 생각해야 할 때"라고 제언했다.

이에 대해 유세움 의원은 "비밀 보장이 쉽지 않은 탓에 민원 접수와 사건 해결에 한계가 있는 건 사실"이라며 "다른 부분으로 접근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임태환 기자 imsens@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