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지 발휘, 인출책 검거 한몫


"거액의 현금을 더 인출하기 위해서는 통장 개설한 곳으로 오셔야 합니다."

포천신협 송우지점 김훈옥(37·여) 과장이 보이스피싱으로 의심되는 상황에서 기지를 발휘해 예금주 A(62·남)씨와 나눈 대화다.

지난 달 14일 오후 12시30분쯤 A씨는 의정부 소재 믿음신협에서 900만원을 인출한데 이어 다른 지점으로 이동해 1590만원을 인출하려고 했다. A씨는 사건 전날 송우지점에서 통장을 개설했다. 다음 날엔 A씨의 통장에 2500만원의 거액이 평택과 천안에서 입금됐다. 이를 수상히 여긴 김 과장은 곧바로 통장 거래정지를 시키고, A씨를 지점으로 오게 해 보이스피싱이 의심된다고 설명했다. 신고를 받은 경찰도 현장에서 잠복했다.

그는 보이스피싱 인출책을 붙잡기 위해 휴지로 돈 봉투를 만들었다. 그러나 인출책은 A씨에게 돈을 인출한 통장을 사진 찍어서 보내라고 요구했다. 그는 위기 상황이었지만 침착하게 대응했다. 통장 거래정지를 풀고 현금을 인출한 통장을 인출책에게 보냈다. 김 과장의 순발력과 기지로 보이스피싱 인출책은 경찰에 의해 모두 붙잡혔다.

김 과장은 "보이스피싱 교육을 자주 받았다. 메뉴얼대로 처리했지만 순식간에 일어나는 상황이라 혼자서는 힘들었다"면서 "예금주가 상황을 인식하고 적극 동참해 줘서 경찰이 범인을 붙잡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편 포천경찰서는 19일 보이스피싱 인출책을 검거하는데 큰 도움을 준 김훈옥 과장에게 표창장을 전달했다.

송호송 서장은 "보이스피싱 예방과 범인을 검거하는데 큰 역할을 해 준 포천신협 직원들에게 감사를 드린다"고 전했다.

/포천=이광덕 기자 kdlee@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