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세종 인하대 일본언어문화학과 교수

한국이 거친 언행을 일삼으며 마음에 안 들면 곧바로 분노를 쏟아내는 사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사소한 일에 쉽게 흥분해 격한 반응을 보이며 감정적으로 대응한다. 인간은 누구나 분노를 경험하곤 하지만 그때마다 폭발시키지는 않는다. 화도 내고 분노도 할 수 있는 일이지만, 정도와 방법의 문제로 일정한 선을 넘어서는 안 된다. 타인에 대한 비판이나 비난에는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하고, 공적인 상황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가정교육과 학교교육을 통해 우리는 더불어 사는 사회에서 가져야 할 인간의 품성을 익혀야 하고, 사회는 이를 지켜내야 한다. 모두 자신의 이익만 챙기면 되는 물질만능의 이기적 사회가 되어, 부딪히는 일들에 대해 날카로운 감정을 쉽게 들이댄다. 분노조절장애가 흔히 목격되는 상황이다. 인간사 어찌 분노가 없겠는가? 분노를 느낀다 해도 이성적으로 대처해가야지, 이를 조절하지 못해서는 정상적인 사회인을 영위할 수 없다. 결국 붕괴된 공교육의 폐해가 이곳저곳에서 속속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인간다운 인간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교육으로는 백약이 무효일 것이다.

최근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국회의원들의 발언이 공분을 사 징계문제로까지 비화된 상황이다. 그런데 그 바톤을 이어가기라도 하듯이 국회 대표연설에서 또다시 분노를 폭발시킬 발언으로 정국을 일대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분노조절장애를 앓고 있는 국민들을 치유해야 할 국회의원들이 전 국민들이 보는 앞에서 도발적인 발언을 작렬시키며 분노조절장애를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정부의 잘못을 지적하고 비판하는 것은 의원들의 책무라 하겠지만,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늘 품위를 말하는 국회의원들이 도를 넘어 상대의 분노를 촉발시킬 목적의 원색적 비난으로 일관하며, 그것이 싸움의 승전보라도 되는 양 의기양양해 한다.
국회의원은 분노조절장애자와 같은 언행이 전매특허인지 그들을 뽑은 국민으로서 분노조절이 안 되는 상황이다. 국민을 극한 대립으로 몰아넣는 선동적인 행위를 마치 정당의 선명성이라느니 보수나 진보를 대변하는 행위라느니 말을 늘어놓는데, 징계 받은 어느 공무원의 말대로 이런 자들을 좋다고 뽑고 추종하고 있으니, 우리 국민들이 짐승이라는 소리를 듣는 것인지도 모른다.

정도의 차는 있지만 누구나 잘잘못을 하고 허물도 가지고 살아간다.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이 살아가는 것은 시의 구절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한국사회가 많은 곳에서 자신은 돌아보지 않고 타인에게만 비판의 잣대를 들이대며 척결해야할 대상이라 거칠게 몰아붙인다. 타인의 잘못은 평소 내가 범하는 잘못 정도일 수 있다. 그간 우리가 적폐 속에서 살아왔다면 그런 삶의 모습이 우리 국민들 다수에게 배어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적폐청산을 내세운 정치집단도 이를 요구하는 국민들도 적폐의 강물 속에서 헤쳐 나온 삶이다. 그렇기에 우리 모두가 스스로 폐습을 답습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하는 것이다. 칼자루를 쥐었다하여 늘 정의로운 삶을 살아온 것처럼 행세하는 것은 오만이다.
과거의 잘못을 바로잡자는 적폐청산에 많은 국민이 동의하지만, 적폐의 규정과 청산 과정에 대해서도 납득할 수 있어야 한다.

자칫 적폐청산이 핑퐁게임처럼 주고받는 정치현상으로 반복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권력을 잃으면 적폐로 내몰려 또다시 분노를 폭발시키며 싸우게 되는 악순환의 고리는 끊어내야 한다. 적폐청산을 둘러싼 정치권의 극한 대립으로 국민들이 더 이상의 피로감을 느껴서는 안 된다.
현 정부의 정책이 다 옳고 전 정부의 정책이 모두 잘못이며, 다음 정부의 정책이 더 나아지리라는 보장은 없다. 정부·여당이 전 정부의 정책을 과오로만 보고, 전 정부의 야당 또한 현 정부의 정책을 잘못으로만 몰아가려 한다면, 공멸의 한국정치는 어려워져만 가는 대내외 정세에 대처할 힘을 상실하고 말 것이다. 어쨌든 통일이라는 대업을 앞둔 상황에서 대립과 반목을 봉합하여 국민의 역량을 한 곳으로 모아내야 한다. 현 정부의 몫이다.

미세먼지와 하천오염에 강산이 신음하고, 남북문제 등 풍전등화 상태에 놓여있는 한국을 구해내야 할 정치인들이 권력 잃은 설움을 분노로 표출하듯 품위 있는 언행은 내동댕이치고, 오히려 분노조절장애적인 행동을 당연시하고 자랑스러워하기까지 하며 반복하고 있으니, 그렇다면 국민들도 국회의원들에게 분노조절장애를 보여줘야 하는 것인지 착찹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