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신섭 경기북부취재본부 차장

지난 5일 포천소방서에서 회의가 열렸다.
긴급하게 출동하던 구급차가 지난달 18일 의정부시내에서 교통사고를 내자 경기도북부소방재난본부가 특별 정신교육을 한 것이다. 구급차의 교통사고를 예방해 인명 피해를 줄이려는 취지에서다.
이는 당연한 조치다.
그러나 이를 소방관 탓으로 돌릴 수 있는가는 전혀 다른 문제다.
최근 4년간 경기북부 지역 소방서에서 일어난 안전 사고는 총 380건이다. 소방서 한 곳당 평균 34.5건의 사고가 일어난 셈이다.

연도별 사고 건수는 2015년 62건, 2016년 92건, 2017년 85건, 2018년 141건 등 해마다 증가 추세다. 소방서별로는 파주소방서가 64건으로 가장 많다.
다음은 남양주소방서 58건, 포천소방서 49건, 일산소방서 44건, 의정부소방서 38건, 가평소방서 27건 등의 순이다.

문제는 이 같은 사고 대부분이 현장에 출동하다 생기는 교통사고라는 점이다. 실제로 4년간 일어난 안전사고 380건 가운데 306건(80.5%)이 현장에 출동하다 발생했다.
그런데도 사고 책임은 모두 소방관이 떠안는 게 현실이다.
이 때문에 일선 소방관들은 현행 도로교통법과 교통사고처리특례법 개정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현행 도로교통법(29조)은 소방(구급)차량에 우선 통행권을 주고 있다. 긴급한 상황일 때에는 신호를 지키지 않고 통행할 수 있도록 정한 것이다.
그러나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엔 이 과정에서 사고가 나더라도 면책하는 규정이 없다. 두 개의 법이 충돌하는 지점이다.
한 소방관은 "법이 교통법규 위반을 허용하면서도 정작 사고가 나면 책임은 소방관이 부담하게 만들고 있다"며 "그러다 보니 애꿎게도 소방관과 시민이 동시에 다치는 일이 많다. 법이 현실을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미국은 이런 현상을 막고자 구급차가 출동할 때 도로에 있는 모든 차가 멈추게끔 법으로 정하고 있다. 일본과 독일도 구급차의 교통사고 과실 부담은 크게 줄여준다.
구급차는 촌각을 다툰다. 소방관은 골든타임을 지키려 목숨을 걸고 출동한다. 이 과정에서 의도치 않게 교통사고가 생긴다. 이 과정에서 소방관도, 시민도 다친다.
과연 누구의 잘못인가.
국회와 소방 당국이 서둘러 법 개정을 추진해야 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