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재로 빽빽했던 서점엔 새로움이 꽂혀간다

 

▲ 인천대학교 이상의 교수와 학생들이 찾아와 아벨서점 2층에 있는 시다락방에서 책과 공간 및 배다리 역사가 갖고 있는 의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호미질을 하지 않는데도 단단한 흙을 뚫고 여린 싹을 밀어 올리는 생명력이 대단해요!"
산업도로 부지, 생태공원 청소들을 하면서 배다리에 있는 '인천문화양조장' 대표인 민운기 선생이 말한다. 듣는 순간 자신만이 갖고있는 입자를 피워 올리는 새싹들의 심장소리가 새 학기가 되면 배다리 책방거리에 들어서던 학생들의 발걸음 소리로 오버랩 된다.

10여년 전만 해도 3월이면 책방거리는 학생들로 넘쳐났다. 철교 앞 우각로와 금곡로 입구로는 중구 쪽 학교들, 인천여고 인천여중 인일여고 인성여중고 제물포고 남인천여중 인천여상 송도고 대건고 학생들이, 철도건널목(도원동에서 우각로로 들어서던 길)으로는 광성 중고등학교 인천고 인천남중 학생들, 동구청길과, 세무서 창영 복지관 길은 동산중고등학교 박문여고 인화여고 선화여상 선인고 대헌공고 학생들이 들어섰다.

길목마다 서점이 너댓 개씩 있었고, 중앙로격인 우각로에는 스무곳가량 있었다. 가게도 많았다. 인천막걸리주식회사 문화극장 창영당 창신당 아이스께끼 가게, 덴뿌라 공장 찐빵 도나스 집 풍년제과 쌀 도매상들 약방 문구점들 자전거포 연탄공장 등. 그 사이 사이에 크고 작은 서점들이 있었다.

1974년에 증기기관차가 전철로 바뀌면서 철로 건널목이 막혔고, 그전후로 우각로에 있던 책방들이 점차 이동하기 시작했다. 많은 책방들이 학교 앞으로 떠나고, 배다리 책방거리 입구는 철교 앞 한곳으로 좁혀졌다. 남아 있던 서점들도 차츰 철교 입구 쪽으로 옮겨가면서 우각로와 금곡로 서점거리는 점점 비어갔다.

책방이 학생들의 교재가 주된 시절은 갔지만, 인문서적이 다양하게 책방을 메우면서 책 손님들의 모습도 다양해지고 있다. 초등생이 고어체 한적을 찾는가 하면 외국어 입문서와 각종 기법 서들, 시와 심리 고전문학과 역사 등 20가지가 넘는 종류의 책들이 골고루 들고 난다.
문고본 한권 찾아 들고 얼굴에 희색이 만면한 중년 손님이 "요즈음 책은 두껍고 보는 눈은 시원한데 글맛이 안 나요!"라는 소리는 종종 듣었다.

정년퇴직한 어른들과 애들 참고서를 사러오던 여성들이 자신들을 위한 책을 사러 온다. 보고 싶었던 명작들, 숨겨 놓은 끼들을 발현하고 싶은 설렘으로 기법 서들을 찾는다. 맡겨진 삶을 살아내느라 고달팠던 이들이 자기를 살고 싶은 삶으로 여미는 아름다움을 매일 본다.

책방 점주들도 시절에 맞게 새로움을 찾아 흐른다.
대창서점을 인수한 1년차 장 선생은 손님으로만 다니던 책방에 점주로 들어서보니 당신도 꽤 책을 읽었다는 측인데 손님들의 깊은 내공에 겸손해진다고 한다. 정년퇴직 후 삼성서점을 인수한지 5년차가 된 오 선생에게 그동안의 소감을 물으니 좋은 책과 사람들을 만나게 돼서 정말 좋다고 한다. 나비날다 책방 권 선생은 문화 활동가로 비중이 큰데, 적극적으로 책방에 몰입하고 싶은 매력을 느낀다고 한다.

우주의 기운이 사람의 혼을 흔들어 쏟아져 내린 결정체들인 책과, 소우주인 사람이 만나는 책방에는 인식의 싹들이 자기 그리움을 찾아 반짝이는 눈길로 흘러들 듯, 추억과 새로움을 찾아 배다리에 들어서는 사람들 모습이 정겹다. 긴 호흡 나지막한 발소리로 자작자작 …
인문을 몸으로 살고싶은 사람들이 배다리에 살고 싶은 마음들로 들어서고 있다.

/곽현숙 아벨서점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