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재경 논설위원

"30년 넘는 세월 직장생활 하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앞으로는 건강하고 여유로운 삶을 즐기시기 바랍니다." 오는 6월 퇴직을 앞둔 선배에게 후배가 던지는 덕담이다. 이 소리를 듣는 선배는 웃픈(웃으면서도 슬픈) 표정이다. 6·25 전쟁의 상흔이 아물기 시작하던 1955년부터 1963년까지 출생 붐을 타고 태어나 우리나라 경제성장을 견인한 베이비부머 세대. 이들은 지난 시절 산업화를 이끌며 경제 성장에 따른 풍요의 혜택을 누리기도 했지만 IMF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 위기 때는 나락의 아픔도 겪는 굴곡진 삶을 걸어왔다. 이들 중 상당수는 이미 은퇴를 했거나 은퇴를 앞두고 있다.

베이비부머 세대의 중간층인 돼지띠 59년생. 올해로 만 60세다. 이들은 100세 시대에 3분의 2도 안 지났지만 대부분이 자신이 몸담았던 조직에서 공식적으로 은퇴를 하고 일선에서 물러났거나 은퇴를 눈앞에 두고 있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또 다른 세상에서 홀로서기로 인생 2막을 열어야 하는 이들을 선뜻 반겨주며 오란 곳은 없다. 젊은 시절 치열한 경쟁 속에 앞만 바라보고 살아오다 보니 변변한 취미도 없다. 부모를 부양하고 자식을 챙기며 정신없이 살아오느라 혼자만의 시간을 가진 적이 없다보니 혼술(혼자 술마시기), 혼밥(혼자 밥먹기), 혼행(혼자 여행하기)이 낯설기만 해 선뜻 나서지 못한다. 그렇다고 노후를 안정적으로 지낼 만큼의 돈이 있는 것도 아니다.

아직 부양할 부모와 자식도 있고 돈 들어갈 일은 많다. 몸과 마음은 아직 청춘이다. 하지만 대학을 졸업한 자녀도 일자리를 못구한 고용참사에 재취업할 직장을 구하겠다는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지공(지하철 공짜)세대가 되기까지는 아직 5년이란 시간이 남았다. 노인도 아니요 노인이 아닌것도 아닌 어느 계층에도 섞이지 못하는 낀 세대(60~64세)가 돼버린 이들에게 누구도 관심이 없다.

정부가 연초 시작한 단기 노인일자리 사업으로 지난달에 노인 취업자 39만6000명이 늘어났다고 한다. 증가한 노인 취업자 3분의 2 이상이 65세 이상이라고 한다. 어디에도 낀 세대가 설 자리는 없는 듯싶다.
인천시가 퇴직한 50·60대를 위한 '신중년 일자리 사업'을 한다고 한다. 일자리 마련뿐만 아니라 각종 자격증 취득 지원 프로그램도 운영한다고 한다. 낀 세대들에게 듣던 중 반가운 소리다.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사업이 됐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