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한 국립생물자원관 전시과장
▲ 저어새.

 

기러기들이 평소와는 달리 높은 고도를 유지하면서 북쪽을 향하는 편대비행이 눈에 띠게 늘어났다. 어김없이 찾아오는 계절의 변화를 느끼고 번식지인 시베리아로 향하는 긴 여정을 시작하고 있다. 기러기, 오리, 독수리와 같은 겨울철새들이 떠난 자리를 채워줄 통과철새와 여름철새가 올 시기가 됐다. 많은 새들이 한반도를 찾아오지만 이 중에서도 인천을 대표할만한 새는 저어새라고 할 수 있다.

저어새는 눈, 부리, 다리를 제외한 온 몸이 흰색이고 몸길이는 70~80cm정도여서 멀리서 보면 백로와 혼동하기 쉽다. 하지만 날씬한 백로와는 달리 통통한 편으로 보이며 검은색의 긴 부리는 끝이 주걱모양으로 넓고 둥글어서 쉽게 구별할 수 있다. 긴 부리를 물 속에서 좌우로 저으면서 작은 물고기와 새우, 게 등의 무척추동물을 걸러 먹는다하여 저어새라고 이름이 지어졌다. 부리의 길이가 20cm정도로 몸에 비하여 길다보니 목의 깃털을 스스로 다듬을 수 없어 배우자끼리 서로 다듬어 주는 친밀한 스킨십을 보여주기도 한다.
저어새는 지구상에서 우리나라, 중국, 타이완, 일본, 베트남 등 아시아지역에만 한정하여 분포한다. IUCN(세계자연보전연맹)의 적색목록집에 멸종위기종으로 기재되어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멸종위기종 1급과 천연기념물로 지정하여 보호하고 있다. 저어새의 번식지는 중국의 요령성과 러시아 프리모리에 지방의 두 군데 섬을 제외하고 모두 한반도의 서해안에 분포하고 있다. 북한의 번식지를 제외한다면 우리나라에서 알려진 저어새 번식지의 57%가량인 12개소가 옹진군과 강화군을 포함한 인천에 위치하고 있는데 나머지 지역에는 번식쌍이 많지 않아 대부분의 저어새가 인천이 고향이라고 할 수 있다.

강화도와 영종도 사이의 넓은 갯벌은 주변의 섬에서 번식을 마치고 가을철에 남쪽으로 이동하려는 저어새들이 수백여 마리가 무리를 지어 장관을 이루며 장거리 비행을 위한 몸을 만드는 중요한 먹이터이다. 이런 상황을 고려하여 강화군은 지난 2009년 군조(郡鳥)를 종달새에서 저어새로 변경 지정했다.

강화군은 군조로 지정한 저어새를 잘 보전하는 한편 저어새를 활용한 생태관광도 적극 추진할 것을 제안한다. 일본 큐슈 중부에 위치한 작은 도시인 이즈미시는 한국전쟁 이전만 하더라도 500여마리도 안되던 흑두루미가 현재는 1만여마리가 장관을 이루며 월동하고 있다. 주민들이 참여하고 정부에서 지원하는 보호노력과 우리나라에서의 월동환경이 나빠져서 지구상의 대부분의 흑두루미가 현해탄을 건너 일본까지 건너가 겨울을 나게 되었고, 이제는 세계적인 흑두루미 관광지가 되었다.
우리의 자원을 잘 지키지 못한 아쉬움이 있지만 지난 10여년간 순천시에서 순천만 보호노력에 힘입어 1990년대 말에는 1백여마리도 되지 않던 흑두루미 2000여 마리가 월동하게 되었고 순천만 생태관광 성공에 일등공신으로 제 몫을 단단히 하고 있다.

국외의 사례를 더 살펴보면 홍콩의 마이포습지와 타이완의 타이난시도 저어새 보호를 위하여 자체적인 노력과 아울러 국제협력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타이완은 저어새가 지구상에서 가장 많이 월동하는 곳이라는 대단한 자부심과 애정을 갖고 있다. 지난해 1월 우리나라, 중국(본토와 홍콩, 마카오), 타이완, 일본, 베트남, 태국, 필리핀의 총 116개 지역을 대상으로 저어새 국제동시조사를 실시한 결과 82개 장소에서 총 3941마리의 저어새가 확인되었다. 이 중 56%에 달하는 2195마리가 타이완에서 월동하는 것이 확인됐다. 타이완에서도 어려움은 있었다. 보호지구로 정비되기 전에는 밀렵도 발생했고 지난 2002년 12월에 혐기성세균이 분비하는 독소에 감염되는 보툴리즘이 발생해 70여마리의 저어새가 집단폐사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타이완 정부와 타이난 시는 이 사건 이후로 20여명의 감시원을 고용하여 매일 저어새 서식지 모니터링을 실시하는 등 저어새 보호에 더욱 힘쓰고 있다. 저어새는 갯벌과 양식장에서 작은 물고기, 새우, 곤충 등을 먹는데 저어새와의 공존을 위하여 양식장의 10%는 4월부터 10월까지는 인간이 사용하고 저어새가 월동하기 위하여 타이완을 찾는 10월부터 4월까지는 양식장의 수위를 낮춰 저어새의 먹이터로 제공하고 있다. 이제는 타이완이 제2의 저어새 고향이라는 말까지 써가며 저어새를 사랑하며 저어새생태전시관을 건립하고 생태관광을 적극 유치하면서 지역의 문화에도 녹여내고 있다.
인천이 고향인 저어새들이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인천시와 인천시민 모두가 관심을 기울이고 보호 노력에 동참하기를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