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미도 인천상륙작전을 끝으로 고향에 대한 기억이 전부 사라졌습니다. 당시 전쟁을 피해 강제로 고향을 떠난 뒤 한 번도 고향땅을 밟아본 적이 없습니다."
인천 중구 월미도가 고향인 정지은(75)씨는 6·25전쟁 때 국제연합(UN)군이 월미도로 들어온 인천상륙작전을 이유로 고향을 떠나야만 했다. 조용한 섬마을 월미도에 폭격이 시작되며 정든 고향이 순식간에 사라졌기 때문이다.
정씨는 "지금도 월미도 실향민들은 가족과 고향을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 속에 고향땅도 못 밟고 정처 없이 떠돌아다닌다"고 말했다.
정씨처럼 인천상륙작전 피해로 보금자리를 잃은 주민들의 상실감을 조금이나마 달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
인천시의회는 지난 15일 열린 기획행정위원회 임시회에서 '인천시 과거사 피해 주민의 생활안전 지원 조례안'을 의결했다.
2008년 '진실과 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가 인천상륙작전 때 폭격으로 생활 터전을 잃은 월미도 주민에게 합당한 보상을 해야 한다고 권고한 지 11년만이다.
이번 조례에 따라 인천시는 추후 생활안정지원 심의위원회를 꾸린 뒤 심의를 걸쳐 지원금 지급 방법과 규모, 지급 기간과 범위 등 세부 사항을 정해야 한다.
앞서 이 조례안은 전쟁으로 인해 고향을 떠나야만 했던 월미도 실향민 약 35세대 보상을 취지로 수차례 추진돼왔다. 그러나 6·25전쟁으로 인한 피해 보상은 지방자치단체 업무가 아닌 국가 업무라는 이유로 번번이 무산됐다. 실제 2011년과 2014년 시의회에 관련 조례가 연이어 발의됐지만 상위법 위반이라는 이유로 부결됐다.
그러나 올해는 법제처가 시민을 위한 정책을 펼치는 것은 지자체의 업무라고 유권해석해 조례안 통과에 큰 역할을 했다. 법제처는 폭격으로 고향땅을 잃은 피해자에 대한 실질적인 보상은 지자체의 업무라고 판단했다. ▶관련기사 3면
이번 조례를 발의한 안병배 부의장은 "10년이 넘는 긴 시간이 흐른 뒤에야 드디어 주민들이 보상금을 받게 됐다"며 "억울한 시민을 돕는 것이야 말로 지자체가 해야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임태환 기자 imsens@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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