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광화문광장 세월호 천막에 있던 희생자 304명의 영정이 4년여 만에 광화문을 떠났다.

4·16 세월호 참사 가족협의회는 17일 오전 광화문 광장에서 희생자의 영정을 옮기는 '이안식(移安式)'을 진행했다. 이안식에 참석한 희생자 가족들과 시민 등 100여명이 함께 추모했다.

이날 이안식을 시작으로 광장에 설치된 세월호 천막은 모두 철거된다.

앞서 서울시는 유족 측이 천막 자진철거 의사를 밝혀옴에 따라 천막 14개동을 18일까지 모두 철거하기로 했다. 세월호 천막이 2014년 7월 처음 설치된 이후 약 4년 8개월 만이다.

이안식은 불교, 기독교, 천주교 순으로 종교의식이 진행됐고, 박래군 인권재단 '사람' 소장과 장훈 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의 추모 낭독이 이어졌다.

박 소장은 "이곳(광화문광장 세월호 천막)은 촛불 항쟁의 발원지이자 중심지"라며 "304명의 영정을 빼고 분향소를 닫는 것이 끝이 아니다. 진실을 마주할 때까지 행진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장 운영위원장은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도 못했는데 광화문 분향소를 정리한다는 것이 가족들에게는 힘이 든다. 하지만 광화문광장은 시민의 공간임을 잘 알기에 이안식을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이어 영정을 옮기기 시작해 사회자가 고인 한명, 한명을 호명했고, 희생자 가족들이 조심스럽게 영정을 받았다.

분향소에 있는 영정은 서울시청 신청사 지하 서고에 임시 보관될 예정이다. 철거 이후 현재 분향소 자리에는 '기억·안전 전시 공간'을 조성해 오는 4월12일 시민들에게 공개할 계획이다. 목조 형태의 전시 공간(전시실1, 전시실2, 시민참여공간, 진실마중대 등)은 현 분향소 위치에 79.98㎡ 규모로 조성된다. 현재 천막의 절반 규모다.

서울시가 전담직원을 지정해 전시 공간을 직접 운영하되 유가족, 자원봉사자와 협력해 시민 공간으로 만들 방침이다. 또 광화문 재구조화 사업 일정을 고려해 올해 말까지 전시 공간을 운영하고, 이후 운영 방안은 유가족 측과 협의하기로 했다.

장 운영위원장은 "기억 공간 재개관으로 더 많은 시민이 함께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고, 진실과 미래 공유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안상아 기자 asa88@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