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수 경기본사 정경부장


도내 지방정부가 '재정 전쟁'을 치르고 있다. 수도권 대도시는 더욱 치열하다. 지난 2016년 시·군 교부금을 규정한 '지방재정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불교부단체의 일반 조정교부금 우선 배분비율을 90%에서 매년 10%씩 낮추면서 올해부터 제로 상태를 만든 탓이다.
전국 최대 기초자치단체인 수원시의 경우 1000억원 가량, 성남시 1700억원, 용인시는 1000억원 정도의 재정이 감소했다. 여기에 정부 정책사업, 경기도 정책 매칭 사업까지 쏟아내면서 시·군의 재정부담은 엎친데 덮친 격이다.

상황이 이러다보니 경기도를 비롯 도내 시·군들은 긴축 아닌 긴축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도내 시·군들 중 대도시들은 올해 행사·축제성 예산을 줄였고, 부족한 돈은 지방채 발행으로 메우고 있다. 지금은 버틸 수 있다지만 불안정한 경기 지표, 골목경제의 위기 등 복병들이 도사리고 있어 이 상태로라면 시간이 갈수록 지방재정의 상황은 심각해진다.

지방재정위기 … '분권'이 돌파구
문재인 정부는 수도권과 지방이 함께 잘 사는 강력한 지방분권 공화국을 국정 목표로 추진해가겠다며 지방분권 의지를 피력했다. 그러나 지방분권의 길은 멀기만 하다. 자치입법권, 자치행정권, 자치재정권, 자치복지권의 4대 지방자치권을 보장하기 위한 개헌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정치권은 세월만 낚고 있다. 지방재정 빨간불, 지역경제 파탄의 신호가 나와도 옆집 불구경하듯 하고 있다. 이제 지역경제를 살리는 지방분권 강화 개헌을 위해 정치권은 정쟁을 멈추고, 적극 나서야 한다. 우선 국세와 지방세 비율도 빠른 시일 내 조정해야 한다. 현행 조세 제도하에서는 지방 재정은 부실할 수밖에 없다.
취득세, 재산세, 자동차세, 주민세, 지방소비세, 지방소득세 등이 지방의 몫이다. 하지만 이들 모두가 지역경제와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세수여서 불안하다. 당장 아파트 개발 및 거래만 막혀도 지방정부 세수의 가장 큰 몫인 취득세에서 구멍이 난다는 점이다.

하루라도 빨리 분권강화를 위한 초석을 쌓아야 한다. 먼저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는 8대 2의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7대 3이라도 될 수 있게 하루빨리 바꿔야 한다. 장기적으로 6대 4까지 조정하겠다고 했지만 기약없는 계획일 뿐이다. 급한불이라고 끄려면 정치권은 대도시 지방정부라도 먼저 재정권을 보장할 수 있도록 길을 터줘야 한다. 그만큼 다급하다.

'국토보유세 신설'에 눈이 가는 이유
우리나라는 개인 10%가 66%의 국토를 소유하고, 법인 1%가 75%의 국토를 보유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마디로 불로소득자의 세상이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부동산 개발 사업에 매달려 동산 관련 세금(취득·등록·재산세) 확보에만 매달리고 사는 지방정부의 안정적 재정확보를 위해서라도 조세제도의 전면적인 수술이 필요하다.

이 중 하나가 최근 이재명 경기지사가 추진하는 '국토보유세'이다. 국토보유세는 과다 토지 소유자에게 토지세를 인상시켜 재원을 마련하자는 정책이다. 직접세인 토지 및 재산에 대한 세금의 비율을 높여 급속도로 다가오는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 일자리 감소 등으로 곤궁해질 국민들의 삶을 기본소득으로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방정부의 재정난국을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경기도의 기본소득제 도입과 국토보유세 추진은 시의적절하다.
현재와 같은 복지정책을 유지하고, 지방재정을 안정되게 확보하려면 시급한 과제로 다뤄야 한다. 그러나 정부는 다소 부담스러워 하는 듯하다. 지난해 말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국토보유세 신설에 대해 "상가·공장 부속토지 등을 비생산적 토지와 동일하게 과세하면 토지 이용의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고 종부세가 폐지되면 교부세가 줄어 지방 재정도 약화할 수 있다"는 신중한 입장이다.

일단 이 지사는 지난 8일 경기도청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경기도 예산정책협의회에서 일하는 사람이 존중받는 사회를 가로막는 가장 중요한 병폐가 바로 '부동산 불로소득'이라며 기본소득형 국토보유세를 당론으로 채택해 달라고 건의했다. 하지만 지방정부에 절대적으로 불리한 조세정책의 대수술을 위해서는 국토보유세 신설이 시급하다. 전국 시행이 어려우면 경기도부터라도 시행해야 한다. 재정난에 허덕이는 지방정부의 아우성을 정부는 귀담아 듣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