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영 굿네이버스 인천본부장

학창시절, 누구나 손으로 직접 편지를 써서 누군가에게 보내본 경험이 한두 번은 있다. 떨리는 마음으로 수줍음의 고백을 밤새 써놓고선 부치지 못한 첫사랑의 연애편지, 라디오 방송에 한 번이라도 소개될까 예쁘게 그림과 스티커 등으로 꾸며서 보냈던 애청자 사연편지 등 손편지에 대한 추억들은 여러 가지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아있다.

요즈음은 이메일이나 온라인 메신저, 문자 등이 보편화되어서 손으로 직접 쓴 손편지를 보기 어렵지만, 진심 어린 마음을 상대방에게 전달하고 싶을 때 내 손으로 직접 쓴 손편지야말로 최고의 의사소통 도구임이 틀림없다. 성인이 되어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손편지가 큰 힘을 발휘하는 것을 여러 번 경험했다. 비즈니스 관계로 처음 만난 사람에게 반가운 마음을 작은 엽서에 글로 담아 전달하면 쉽게 관계 형성이 되고, 회사 상사에게 직접 말하기 어려운 내용을 손으로 정성스럽게 적어 전달하면 껄끄러움이 다소 줄어들기도 했다.

이렇듯 손편지는 사람 관계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데 막상 직접 편지를 쓰려고 하면 잘 써지지 않는다. 편지를 쓴다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은데, 대상과 상황에 맞는 단어와 문장을 구상하여 문맥을 이어나가는 것이 만만치 않은 일임을 깨닫게 된다. 어렸을 때부터 자꾸 손으로 편지를 써보면서 다양한 문장들을 만들어 보고, 논리적 흐름을 분석해보는 연습을 꾸준히 해야 하는 이유다. 일기를 쓰거나 손으로 편지를 써보는 습관을 들이면 그 효과를 나중에 크게 볼 것이라 생각한다. 더욱이 편지를 쓰면서 나눔의 의미도 되새겨보고 남을 도울 수 있는 응원과 후원의 기회까지 얻는다면 '편지쓰기'의 긍정적 효과는 배가되지 않을까.
국제구호개발 NGO 굿네이버스는 2009년부터 전국 초·중·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희망편지 쓰기대회'를 진행하고 있다. 희망편지쓰기대회는 전국의 4300여개의 학교에서 230만여명의 학생이 참여하는 대규모 행사이다. 희망편지쓰기대회가 11회를 맞기까지 정부 부처와 교육기관의 지원이 뒷받침됐다. 하지만 무엇보다 대회의 일등공신은 바로 아이들이 진심을 담아 작성한 희망편지가 아닐까 싶다. 지난 10년 동안 우리나라 인구의 약 39%에 해당하는 2000만 명의 학생들이 대회에 참여하여 지구촌 이웃들의 삶에 공감하며 희망편지를 한 줄 한 줄 써내려갔다.

특히 인천은 지난 2018년 243개교 146만여 명의 학생들이 지구촌 어려운 친구들에게 손편지로 희망을 전했다. 지난해 대회를 통해 인천 시민들의 나눔에 대한 참여 의식과 교육 현장에서의 나눔 인성교육에 대한 관심과 참여도가 매우 높은 것을 느낄 수 있다. 또한 희망편지쓰기대회와 함께 진행하는 교육프로그램인 아동권리증진과 나눔인성 향상을 위한 인성스쿨에도 198개교, 5400명의 초등학생이 참여할 정도로 인천의 나눔에 대한 인식이 점차 높아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특별한 기부가 없더라도 우리 아이들은 손편지의 첫 경험과 편지쓰기에서 만난 지구촌 친구의 모습을 소중한 추억으로 가져갈 것이고, 이런 감성을 가진 아이들을 인천의 주역으로 성장시키는 역할은 매우 가슴 설레는 일이다. 내 아이들이 지구촌 이웃들에 관심을 두고 여러 문제와 이슈들을 인식하면서 그에 직면한 세계의 한 친구에게 손으로 직접 편지를 써 응원과 격려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얼마나 소중하고 아름다운 일인가. 매년 희망편지쓰기대회에 참여하는 학생들의 글쓰기 실력과 지구촌의 여러 문제에 접근하는 인식수준이 높아지는 것을 보면서 희망편지쓰기대회의 교육적 효과도 나타나고 있으며 학생이나 가족, 교육 현장 및 지역사회에서의 관심도 계속 증가하고 있다. 인천의 아이들이 꾹꾹 눌러쓴 희망편지에는 또 어떤 새로운 희망이 담기게 될지 벌써부터 설렌다.

이제 봄이 시작되면 인천에서 다양한 성격의 글짓기대회나 사생대회, 나눔과 환경 등 공익분야에 대한 참여적 활동이 필요한 각종 행사와 이벤트 등이 시작될 것이다. 조금만 관심을 갖고 주변을 둘러보면 여러 행사들의 정보를 접할 수 있다.
아이들의 성장과 변화에는 어른들이 함께 고민하고 참여해야 한다. 추운 겨울 뒤 수줍은 분홍빛 미소를 띠면서 성큼 다가올 봄을 바라보며 아이들과 함께 손편지의 감성과 나눔의 정취를 흠뻑 누려보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