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권 공항신설 동조 발언
한·아세안회의유치도 언급
업계 "경쟁력 약화" 맹비난

여권 지도부가 인천국제공항 기능을 양분해 영남권에 줘야 한다는 취지의 부산시 요구에 동조한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인천과 부산이 유치전을 펼치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를 부산에서 개최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해 인천시민에게 실망감을 안기고 있다.

14일 지역 정치권에 따르면 이해찬 당 대표와 설훈 최고위원 등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전날 부산에서 열린 부산시·민주당 예산정책협의회에서 "인천공항은 이미 아시아 허브공항이 됐다. 영남권 주민이 유럽과 미국 등으로 가기 위해선 인천까지 번거롭게 가야 하기 때문에 그런 차원에서 국제관문공항이 하나 더 필요하다는 데 이견이 없다"고 발언했다.

이 말은 오거돈 부산시장이 이 자리에서 '대한민국 재도약, 동남권 관문공항이 답이다'라는 주제로 영남권 공항 필요성에 대해 역설한 데 따른 답변이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인천지역에선 대한민국 항공산업 경쟁력 강화 정책에 역행하는 황당무계한 발언이란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김광석 전 인천시 항만공항해양국장은 "인천공항이 싱가포르 창이공항과 일본 나리타공항 등 세계 유수 공항과 동북아 허브공항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펼치는 와중에 인천공항 기능을 양분한다는 것은 국가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일"이라고 맹비난했다.

인천공항은 지난해 1월 개장한 제2여객터미널 확장과 제4활주로 신설을 골자로 한 4단계 건설 사업을 진행 중이다.

2023년 공사가 완료되면 연간 여객 수용 능력은 7200만명에서 1억명으로 늘어난다. 시간당 항공기 운항 횟수도 90회에서 100회로 증가한다.

인천공항공사는 세계 5위 수준인 국제선 여객 수가 4년 뒤 두바이공항과 암스테르담 스키폴공항에 이어 세계 3위로 도약할 것으로 기대한다.

이런 상황에서 영남권에 공항이 신설되면 인천공항 성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쳐 종국적으로는 국내 항공산업 전체의 발전을 저해할 것이란 게 항공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시와 공사가 추진하는 인천지역 항공정비(MRO)단지 조성 사업도 항공기 급감으로 좌초될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 지도부의 황당한 발언은 또 있다.

이해찬 대표가 예산정책협의회에서 "오거돈 시장이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유치 작업을 하고 있는데 당에서도 깊은 관심을 갖고 임하도록 하겠다"며 부산 개최를 지지하기로 한 것이다.

같은 행사 유치에 전력을 쏟고 있는 인천으로선 맥이 빠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김송원 인천경실련 사무처장은 "단계별로 잘 성장 중인 인천공항을 선거용 분배식으로 바라보는 것은 인천시민에 대한 기만행위"라며 "원포트 정책으로 정부의 전폭적 지원을 받는 부산항에 대해선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민주당이 각 지역별로 형평성 있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범준 기자 parkbj2@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