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의미 퇴색 지적
인천시의회가 인천시 산하 공사·공단을 대상으로 직원이 직접 회사 경영에 참여할 수 있는 '노동이사제'를 만들었지만 제 구실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부 기관에선 노동이사를 외부에서 뽑겠다고 주장하며 마찰을 빚고 있다.

14일 시의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인천시 근로자이사제 운영에 관한 조례'가 공포됐다. 이 조례에 따라 직원 수가 100명이 넘는 인천지역 공사·공단 등은 노동이사를 선출한 뒤 이사회 구성 및 운영을 해야 한다. 대상 기관은 인천도시공사·교통공사·관광공사·시설공단·환경공단과 인천의료원·인천경제산업정보테크노파크 등 7곳으로 인천연구원과 문화재단 등 직원 수가 100명에 못 미치는 나머지 기관은 이사회의 결정에 따라 도입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했다.

이처럼 노동이사는 직원의 경영 참여를 목표로 노사 간 협력 도모와 경영 투명성을 높이고자 마련된 제도다. 그러나 조례가 공포된 지 약 3개월이란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도 노동이사제를 도입한 기관은 단 한 곳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노동이사를 선임해야 하는 기관 중 인천교통공사와 인천의료원 소속 노동조합이 노동이사를 내부 직원 대신 외부에서 뽑겠다며 노동이사 선출을 미루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제정된 조례의 노동이사 선출 규정을 살펴보면 해당 기관에 1년 이상 근무한 직원 가운데 공개모집과 임원추천위원회를 거쳐야 한다는 항목이 적혀 있다.
하지만 이들은 내부에서 노동이사를 선정하기 보단 기업 경영 성과를 이끌어낼 수 있는 외부 인사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자 이들을 제외한 나머지 기업의 노동조합 대표는 당황스럽다는 입장이다.
정교헌 인천도시공사 노동조합 위원장은 "외부 인사는 노동자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한 탓에 노동이사 추진 목표와는 어긋난다"며 "내부 직원을 노동이사로 뽑아 회사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조례를 대표 발의한 김종인(민·서3) 의원 역시 "노동이사는 노동자의 마음을 잘 알고 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는 직원이 돼야 한다"며 "외부에서 노동이사를 뽑겠다는 생각은 애초에 노동이사를 추진한 본래의 의미가 완전히 퇴색되는 행동"이라고 밝혔다.

/임태환 기자 imsens@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