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 

미국의 보잉사와 함께 세계 민간항공기 제작 회사로 쌍벽을 이루고 있는 프랑스의 에어버스는 독일·영국·스페인 등 유럽 여러 나라가 합작하고 있는 다국적 기업이다. 라이트 형제의 비행기 개발과 1, 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미국의 항공 산업이 한때 세계를 석권했지만 프랑스 항공 산업의 역사와 경쟁력도 만만치 않다. ▶라이트 형제가 이론과 실험을 통해서 비행기를 만들고 상용화 하기 전에 여러 나라에서 많은 사람들이 비행을 꿈꾸면서 연구와 실험과 비행을 시도해왔다. 1490년 이탈리아의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날개가 달린 비행체를 설계했지만 실용단계에는 이르지 못했다. 1890년 프랑스의 끌레망 아벨은 증기기관으로 작동하는 비행기계로 하늘을 날았고 7년 후에는 보다 성능이 개선된 아비옹(AVION)을 개발했다. 지금도 프랑스에서는 비행기의 발명가를 라이트 형제가 아닌 아벨로 인정하고 있다. ▶지난 한 세기 동안 프랑스는 미국과 맞서서 새로운 항공기 개발에 앞장서 왔다. 미국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협소한 군용기와 민간항공기 시장을 갖고도 1950년대부터 미라주전투기, 1960년대에는 뒷날개 쪽에 엔진을 장착한 꺄라벨을 개발하여 항공 산업에 전력투구했다. 드골 대통령은 위대한 프랑스를 지향하기 위해서는 항공 산업 진흥이 필수적이라며 초음속 여객기 콩코드 개발을 제안하고 지원했다. ▶1962년부터 개발이 시작된 초음속 여객기 콩코드는 1976년부터 상업운항을 시작하면서 음속(마하)의 2.23에 도달하는 등 각가지 신기록을 세웠으나 기체가 협소하고 요금이 너무 비싸 취항노선을 확장하지 못해서 추가생산이 중단되었다. 2000년 7월 25일 필자가 에어프랑스 편으로 파리공항에 도착한 거의 같은 시간에 이륙하던 콩코드기가 폭발하여 탑승객 전원이 사망하는 사고가 났다. 그 후 콩코드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에어버스가 550여 명의 승객이 탑승할 수 있는 A380을 개발하여 2005년부터 승객이 많은 장거리 노선에 취항시켜 항공사는 더 많은 수익을, 승객은 보다 저렴한 요금으로 승부수를 던졌다. 때마침 경쟁사인 보잉은 50여 년간 항공기 단일기종으로 1519대를 생산했던 점보 여객기 747 생산을 마감한 시점에서 A380의 미래는 밝아보였다. 그러나 에미레이트와 콴타스 항공이 예약주문을 취소하자 234대 제작을 마지막으로 생산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치열한 보잉과의 경쟁에서 에어버스에게는 행운이 따라주지 않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