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운실 아주대 교육학과 교수

참으로 각박한 세상살이, 날이 갈수록 팍팍해지는 삶 살이,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이렇듯 삶이 힘겨울수록 뜻밖에도 늘 배움의 향기를 즐기며 '공부에서 답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삼삼오오 모여 카페에서도, 지하철을 기다리는 역사에서도, 길거리 벤치에서도 마치 도서관에라도 온 듯, 책을 읽으며 무아경에 빠져들어 있는 사람들을 종종 만나게 된다.
서울의 모 대형 서점 '100인의 책상'엔 한 치의 빈틈도 없이, 쉴 새 없이 많은 사람들이 그 큰 책상을 빼곡히 채우며 독서삼매경에 빠져들곤 한다. 인문학이 죽었다고 하지만 대학도서관의 인문학 대출 건수가 늘고, 출판사 인문학 도서 판매 부수도 증가하고 있다는 반가운 전언이다. 영혼의 안식처인 삶의 케렌시아를 책방에서 찾고 있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인문학적 무한 상상력이 삶과 일의 크나 큰 자본이 되고 있는 요즈음 시대의 신 풍속도이다. 세상 속 그 어느 향기보다는 진한 잔향을 남기며 늘 배움은 사람들에게 희망과 가능성을 만나게 한다.

4차산업혁명으로 대변되는 미래 세상에 인공지능이나 로봇이 아닌 바로 사람이 시대의 화두라는 주장을 접하게 된다. 4차산업혁명을 새로운 세상의 화두로 던졌던 다보스포럼의 창시자 클라우스 슈밥은 그 핵심을 기술이 아닌 '인간'에서 찾는다. 새로운 기술은 인류에게 엄청난 혜택을 줄 수도 있지만, 이전의 산업혁명들과 달리 인간 중심의 혁명이 되지 못할 경우 오히려 인류에게 재앙이 될 수 있음을 그는 경고한다. 세기의 석학 이어령 전 문화부장관 역시 "미래든 교육이든 주체는 사람이고, 세상에서 최고의 가치는 생명이다. 미래 시대의 인재는 인공지능이 실현하지 못했던 인품, 인격, 인덕을 갖춘 사람이 될 것이다"고 미래 시대 최고의 가치를 사람 그리고 사람다움이 강조되는 새로운 교육이라는 키워드에서 찾고 있다.
사람 중심의 4.0 미래 시대를 건널 생존전략으로 '요람에서 무덤까지' 평생에 걸친 끝나지 않는 '늘 배움'의 학습세상이 강조된다. 학력(學歷)이 아닌 학력(學力)이 중시되는 세상에서 '교육=학교'라는 학교주의를 대신하여 언제, 어디서나, 누구든지, 누구에게서나, 무엇이든 배움을 주고받는 '열린 학습 사회' 의 배움을 중시한다. 저출산 초고령화를 맞으며 오랫동안 철옹성처럼 상아탑으로 안주하던 대학들이 벽을 트고, 담장을 넘어 '성인친화형 평생학습대학'으로의 발 빠른 변신을 하고 있다. 은발세대들의 '황혼의 캠퍼스'가 익숙하게 다가온다. 늦깎이 성인학생들의 캠퍼스 질주가 만만치 않다.

대학의 경계는 그 도시의 경계와 같다는 말이 시사하듯, 이제 대학들은 더 이상 일부의 젊은 학생들만을 위한 닫힌 공간이 아니라 칼 포퍼의 말처럼 모든 이를 위한 '열린 광장'을 향하고 있다. 낮에는 직장에서 일을 하고, 밤과 주말에는 인근 대학이나 평생교육기관에서 수업을 받고, 집에서도 온라인을 통해 상시학습을 하는 일·학습병행의 새로운 다층적 성인학습자들이 증가하고 있다. '평생직장'에서 '평생직업'을 강조하는 대학 내 재직자 특변전형학과와 베이버부머 노년은퇴자들을 위한 대학평생교육도 확산되고 있다.

세상이라는 큰 학교를 도처에서 만난다. 세상이라는 학교에서 사람들은 목하 '공부 중'이다. 도서관, 미술관, 박물관, 전시관, 공연장, 스포츠시설 심지어는 지하철 역사와 병원, 군대, 교도소들도 모두 '제3의 학습장'으로 변신 중이다. 길거리 학습관이나 마을학교, 학습카페 등이 모두 새로운 학습 명소로 변신중이다.
평생학습세상에서는 '누구나 선생'이 될 수 있다. 학력과 스펙으로 교수자가 결정되던 시대를 넘어 경력과 경험, 역량과 마음을 갖추면 모두가 가르칠 수 있는 시대가 오고 있다. 스펙보다는 스펙트럼을 중시하는 평생학습시대에 서로 서로 가르치고 배우는, 경계를 넘은 열림과 울림의 공유학습들이 도처에서 살아 숨쉬고 있다. 시공을 초월하여 언제, 어디서나, 실시간 학습이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결합방식으로 속속 이루어진다. 무크라는 새로운 형태의 온라인 학습 플랫폼 서비스를 통해 누구라도 최고의 강좌를 무상으로 접할 수 있는 이른바 '내 손안의 대학', 누구에게나 365일 24시간 열려 있는 '안방대학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세기의 미래학자로 불리는 앨빈 토플러는 새로운 미래 세상을 예견하며 창의성을 꽃 피우지 못하는 제도권 교육의 한계를 비판하며 "상자 밖에서 생각하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20세기가 '틀을 만드는' 제도권 교육의 시대였다면, 21세기는 '틀을 깨는' 창조적 열린 학습의 시대이다. 새로운 세상을 건너기 위해 오늘도 학습하는 즐거움으로 '공부'에서 삶의 답을 찾는 지혜로운 학습인들에게 큰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100세 시대 가히 100년의 학습, 100년의 서재를 만나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