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용환 순암연구소 소장] 정신·전통 이어받으려 연구소 발족
선비 예절교육· 순암문학상 내실화

"광주 텃골 마을 사람인 순암 안정복은 다산 정약용, 성호 이익과 함께 조선의 3대 실학자로 불린다. 남양주는 다산 생가 여유당·실학박물관을, 안산은 성호기념관을 중심으로 그들의 정신과 업적을 체계적으로 기리고 이어받고 있다. 하지만 광주의 순암은 상대적으로 그에 미치지 못해 아쉽다."


조선 후기 실학자 순암 안정복(安鼎福, 1712~1791)의 8대 손인 안용환(75) 순암연구소 소장은 광주지역의 향토문화와 역사문화인물을 지켜나가는 지킴이 역할을 하고 있다. 광주 중대동 텃골마을(德谷)에는 순암이 묻혀 있는 묘소와 후학을 가르친 강학소이면서 서재인 '이택재(麗澤齋)'가 있는 곳이다. 조선시대 최초의 청백리 천곡 안성이 묻힌 광주 안씨의 600년 세거지로 지금까지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현재에는 광주 안씨 20여세대가 모여 살고 있다.

안 소장은 "순암의 정신과 전통을 지켜나가기 위해 지난해 연구소를 발족했다"며 "회원 100여명이 순암의 책을 번역·출판하는 등 그의 학문과 사상, 업적을 기리기 위해 만든 비영리 민간단체"라고 밝혔다.

순암이 차지하고 있는 역사적 위치와 명성에도 불구하고, 지금은 너무 초라해 재평가하고 재조명하려는 것이다.

광주에는 역사인물이 많지만 이들을 관광자원으로 발굴해 광주의 브랜드로 만드는 작업이 미진하다며 광주시가 광주의 역사인물을 널리 알리고 들춰내는 프로그램을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을 내비쳤다.

순암연구소의 발족에 맞춰 그동안 광주문화원 주관으로 해 오고 있는 이택재의 전통예절교육인 선비체험과 월간 '현대시선'이 주관한 순암 문학상의 내실을 다지려고 한다. 순암의 사상과 얼을 체계적으로 후손들에게 전달하고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서다.

광주 안씨 광양군파 종중 회장직도 맡아보고 있는 안 소장은 "순암 문학상의 경우, 문중에서 돈을 들여 광주의 인물을 빛내고 있다"며 "전통예절교육을 몇 년 째하다보니 아이들이 교육이 끝나고 갈 때는 확실히 달라지는 것을 피부로 느낀다"고 말했다.

순암의 숨결이 살아 있는 역사문화자산의 가치를 잘 드러내지 못해 안타깝게 생각하던 차에 수년 전 순암기념관 건립을 추진하다 중단했다. 지금은 방향을 바꿔 청소년을 위한 교육기관 설립을 준비 중이다. 중앙정부는 물론 경기도나 광주시에서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고 한다.

"오늘날, 성호가 존재하는 것은 순암이 있었기 때문이다. 성호가 '성호사설'을 마무리 짓지 못하고 돌아가셨는데, 제자인 순암이 이 책을 마무리 해 세상에 내놓았기에 빛날 수 있었다. 다산의 대표 저서인 '목민심서'도 순암의 '임관정요'가 영향을 미쳤다."

안 소장은 광주의 역사자산인 순암의 학문과 사상, 후학을 양성한 이택재가 주목받지 못한 것은 '후손들이 못나서 그렇다'고 자책했다.

"단재 신채호 선생이 중국으로 갈 때 '동사강목' 밖에 가져 갈 것이 없다고 했는데, 그 이유는 우리나라의 건국정신이 거기에 들어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순암의 시를 보면 그 당시에 어떻게 그런 문장이 나올 수 있었는지, 후손으로서 뿌듯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부끄럽기도 하다."

/글·사진 광주=이동화 기자 itimes21@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