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시인 정세훈, 동시집 '공단 마을 아이들' 펴내

 

▲ 동시집 <공단 마을 아이들>.
▲ 노동시인 정세훈.
▲ 노동시인 정세훈.

아이를 닮았기에 동시를 쓸 수 있다. 동심은 알알이 꿰어져 동시집이 돼 세상에 나왔고, 노동요가 섞이며 고단한 삶에도 희망과 꿈을 잃지 않는 한 구절 한 구절에 감동이 북받쳐온다.

노동시인 정세훈의 동시집 <공단 마을 아이들>(푸른사상 동시선 48)이 세상에 나왔다.

이 동시집은 단칸방에서 피어나는 공단 마을 아이들의 꿈, 공단 마을 아이들도 동시나라의 어엿한 일원임을 선언한다.

수 십년 노동 현장의 경험, 비합리적 사회에 맞서 한 몸을 불사를 용기를 지녔기에, 정 시인의 이번 동시는 지극히 사실적이다. 회색빛 공단과 땀냄새·기름냄새가 뒤범벅된 그 곳에서 동심은 기대할 수 없다. 하지만 그 곳에서도 아이들은 커가고, 아이들은 별을 보며 꿈을 키웠다.

정 시인은 "벌집 같은 셋방에 살면서 밤낮없이 일하시는 부모님을 둔 아이들에게는 모처럼 다 같이 함께 누워 자는 순간이 꿈만 같습니다"라며 "다수가 경제적 풍요를 누리는 지금, 여전히 우리 사회 소수의 삶을 살아가는 공단 마을 아이들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라고 밝혔다. 또 "유쾌하지는 않지만 지극히 실존적이어서 그 유쾌함을 초월, 만감에 젖게 합니다"고 덧붙였다.

이 동시집을 꿰뚫는 시 '공단마을 아이들'을 소개한다.

'공장으로 일 나가는 엄마 아빠/서너 살배기 우리를/단칸 셋방에 홀로 두고 가면//골목길을 하루 종일 헤매다가/고만고만하게 생긴/벌집 같은 셋방//끝내 찾아오지 못할까봐/밖에서/방문을 잠가놓고 가면//배고프면 먹고 마시고/심심하면 갖고 놀고/오줌똥 마려우면 누우라고//단팥빵 한 개 물병 하나/장난감 몇 개 요강 하나/놓아주고 가면//어느 날은/방바닥에다/오줌똥을 싸놓고//어느 날은/울다가 울다가/잠들었어요'.

출판사 푸른사상은 "<공단 마을 아이들>은 극빈의 열악한 상황에서 살아가는 공단 마을 아이들의 시선이 담겨 있습니다"라며 "아이들이 꿈꾸는 것은 거창하다기보다는 소소한, 그야말로 '소확행'이지요. 가족과 함께 하는 순간을 최고의 행복으로 여길 줄 아는 아이들의 모습은 우리에게 한없는 따스함을 안겨 줍니다"라고 언급했다.

현재 인천민족예술인총연합회 이사장을 비롯해 위기 청소년의 좋은 친구 어게인 이사, 소년 희망 센터 운영위원으로 활동 중인 정 시인은 1955년 충남 홍성에서 태어나 20여 년간 공장에서 노동자 생활을 하던 중 1989년 '노동해방문학'과 1990년 '창작과 비평'에 작품을 발표하며 시인이 됐다. 시집은 <손 하나로 아름다운 당신>, <맑은 하늘을 보면> 등이 있다.

/이주영 기자 leejy96@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