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승 의정부소방서 소방장] 화재 현장서 구조 못한 죄책감에 연구
삼성 사회공헌 사업 만나 보급형 개발
▲ 의정부 소방서 한경승 소방장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보급형 열화상 카메라(한경승 소방장 페이스북 사진).


"열화상 카메라, 내 가족을 지켜주는 든든한 무기"

언제, 어디서든 그 어떤 순간에도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서라면 설령 불구덩이 속 일지라도 불사하는 이들이 있다. 우리는 이들을 '영웅'이라 부른다. 의정부소방서 한경승 소방장(39)도 예외는 아니다. 그가 개발한 '보급형 열화상 카메라' 덕분에 지금 이 순간에도 무수한 생명들이 지켜지고 있기 때문이다.

'보급형 열화상 카메라'의 개발은 열악한 소방 장비 환경에 혁신을 불러왔다. 한 소방장이 개발한 열화상 카메라는 화재의 현장에서 발화지점을 파악하거나 구조자의 위치를 확인하는데 요긴하게 쓰인다.

"개발 이전에는 어두운 화재 현장에서 땅을 짚어가며 내부 위치를 확인하는 등 순전히 감각에 의지해 구조 작업을 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실제 열화상 카메라가 각 서마다 1대 내지 2대정도가 보급돼 있었지만 기동성이 떨어지고 워낙 고가의 장비이다 보니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실제 한 소방장이 개발한 열화상 카메라는 2㎏이던 무게를 800g까지 줄였고 한 대당 2000만원이었던 장비는 50만원까지 가격을 낮출 수 있었다. 그 결과 각 서마다 1대에 불과했던 열화상 카메라는 현재 1000대에 이른다.

구급 대원이었던 한 소방장이 화재 현장에서 사용하는 열화상 카메라를 개발하게 된 사연에는 특별한 이유가 있었다. 7년 전, 당시 주택가에 크게 난 화재로 출동에 나섰다가 한 생명을 구하지 못한 것이 계기로 작용했다.

"구하지 못했다는 사실에 죄책감이 들었습니다. 당시에 열화상 카메라가 있었다면 한명의 목숨을 더 구할 수 있었을 거란 생각에 안타까웠죠. 내친김에 열화상 카메라를 직접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하고 그 날부터 방법을 강구하기 시작했습니다."

열화상 카메라를 직접 만드는 일은 특수 카메라에 대한 정보가 전무하던 한 소방장에게 '맨땅에 헤딩하는 것'과 같았다. 그는 해외 인터넷 사이트를 뒤적이며 얄팍한 정보들을 얻게 됐지만 머지않아 한계에 부딪히고 만다. 때마침 삼성에 근무하던 한 엔지니어와 뜻이 맞았고 전문적인 자문을 얻어 본격적인 개발에 들어갔다. 이후 삼성전자의 사회공헌 사업 중 하나였던 '2017년 투모로우 솔루션'에서 대상을 수상하며 결국 보급형 열화상 카메라의 개발에 성공한다.

"엔지니어님은 소방관에 대한 연민과 예우 차원에서 소방관을 위한 장비 개발을 목적으로 참여 하셨다가 이 열화상 카메라가 곧 우리 가족의 생명을 지켜주는 장비가 아니냐는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특히 장비 상용화 후 도처에서 안면도 모르는 소방관분들이 이 장비로 인명구조에 성공했다는 얘기를 전해오시면 내가 헛된 짓을 한 것이 아니구나 싶어 뿌듯하고 보람됩니다."

/글·사진 박혜림 기자 hama@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