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근대문화유산 관리가 허술하다고 한다. 지금 이 시간에도 어디선가는 옛 자취들이 사라져 가고 있을지도 모른다. 인천은 한 세기 이전부터 인천항을 통해 근대문물이 쏟아져 들어왔다. 그래서 다른 고장보다 상대적으로 때묻은 근대유산들이 더 많은 곳이다. 그러나 오래된 유산도 중요하지만 오늘을 살아가는 인천시민의 삶 또한 중요하다. 근대문화유산에 대해서도 취사선택의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인천시는 2004년 근대 건축물 조사를 통해 148곳을 근대문화유산 목록에 올렸다. 2012년 추가 조사를 거쳐 근대문화유산은 210곳으로 늘어났다. 개항장 역사의 무대인 중구가 150곳으로 가장 많고, 동구 22곳, 부평구 13곳 등이다. 목록은 마련됐지만 제도적 장치는 마련되지 않았다. 2012년에는 조일양조장이 허물어졌고 2017년에는 애경사 비누공장이 철거됐다. 최근에는 일제 강점기 때 부평구 부평동에 건축된 이른바 아베식당이 철거됐다.

근대문화유산 목록에는 올라 있지만 막상 찾아가 보니 20층짜리 주상복합 오피스텔이 들어선 곳도 있다고 한다. 세월의 흐름과 함께 원형을 찾아보기 어려운 근대문화유산도 많을 것이다. 근대문화유산 목록이 행정 현장에서 활용될 수 없어서다. 건축 담당부서에서 이 목록을 토대로 인허가를 하려면 법적, 제도적 뒷받침이 있어야 가능하다. 관련 단체들은 근대문화유산 목록 자체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한다. 부평구만 해도 부평동 철도관사나 일제강점기 군수공장 흔적인 미쓰비시 줄사택 등이 빠져 있다는 것이다. 2016년에도 실태조사가 진행됐지만 210곳의 목록은 그대로 유지됐다며 전수조사를 통해 근대 건축물을 체계적으로 정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들 근대문화유산을 어떻게, 얼마나 보존해야 하는지는 보는 관점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인천시의 목록에 올랐다고 해서 다 보존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사유재산에 대한 권리를 침해하는 문제도 있다. 가장 좋은 방법은 해당 지자체가 사들이는 것이지만 한계가 있다. 근대문화유산에 대해서도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재정리 작업을 통해 꼭 보존해야 할 것을 위해 등록문화재 지정 등의 제도적 활용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