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술에도 '불끈' … 봄철 보양식 끝판왕
▲ '해씨부인' 전통메기매운탕은 인공조미료를 전혀 쓰지 않는 전통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사진은 '해씨부인' 전경.
▲ '해씨부인' 전통메기매운탕은 인공조미료를 전혀 쓰지 않는 전통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사진은 '해씨부인' 전경.

 

"음식점 이름이 '해씨부인'이라 하니 무슨 뜻인지 묻는 손님들이 많아요. 해씨부인은 고구려 호동왕자의 어머니고 낙랑공주가 며느리죠. 제가 잘 아는 분이 삼국시대 야사에 '해씨'라는 성을 가진 여성들이 사회활동도 많이 했고 자손들도 번성했다며 상호로 사용하라고 추천해서 쓰고 있어요."

날씨가 점점 따뜻해지는 봄을 맞아 추운 겨울을 지나며 빼앗겼던 몸의 원기를 되찾아주는 봄철 보양식 가운데 대표적인 음식이 메기매운탕이다. 인천 연수구 선학동의 숨은 맛집으로 입소문이 자자한 '해씨부인 전통메기매운탕'의 박정희 대표는 20년째 손맛을 이어오고 있다.

"2000년부터 김포에서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전업주부로 보내는 시간이 너무 무의미하다는 생각에 자존감을 되찾기 위해 음식점을 차렸는데 지금은 손을 놓을 수 없는 천직이 됐지요. 요즘은 그저 뒷골목 음식점에 오시는 손님들에게 정직하고 맛있는 음식 드리는 게 사는 맛이 나네요."

대통령과 같은 이름 때문에 어릴 적부터 놀림과 부러움을 받았다는 박 대표는 2008년 인천으로 왔다.
"처음에 손님이 '맛이 없어'라는 말을 듣고 충격을 받아서 한약재도 이것저것 써보고 하면서 저만의 맛을 개발했지요. 지금도 약재는 한두가지를 넣었다 뺐다 하며 새로운 맛을 찾아보려고 시도하고 있어요. 그러다보니 메기매운탕하면 김포에서 '아 그집'하며 유명해지자 프랜차이즈 사업을 하려는 사람들이 나서게 됐는데 일이 어긋나 크게 실패했어요. 죽을 지경에까지 이를 정도였으니까요. 그렇다고 그냥 있을 수만 없어서 모든걸 내려놓고 인천으로 오게 됐죠."

지금 선학동의 자리에 2014년 7월에 옮긴 박 대표가 20년간 한결같이 지키고 있는 것은 전통매운탕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인공조미료는 전혀 쓰지 않는 것과 민물고기 특유의 흙냄새를 잡는 자신만의 비법이다.

"메기나 빠가사리 같은 민물고기의 흙냄새는 처음 고기 손질할 때 저만 알고 있는 머리의 특수한 부위에 침을 놔서 기절을 시키면 몇시간 지나도 육질을 그대로 유지하게 돼요. 손질 끝날 때쯤 되면 희한하게 고기가 깨어나요. 황기, 당귀, 구기자, 오미자, 칡 등 한약재도 13가지를 쓰는데 강한 약성이 있는 것보다 부드러운 약초를 주로 사용해요. 메기는 장어와 함께 불포화지방산이 많다보니 소화 흡수력이 좀 떨어지는데 한약재들이 소화를 돕기도 하지요."

매운탕 재료는 20년 전부터 거래하던 곳에서 1주일에 두 번 정도 가져오는데 다른 집보다 수족관이 훨씬 크기 때문에 2~3일동안 보관해도 신선도를 유지할 수 있다.

"제가 김포에서 실패한 뒤 크게 낙담하고 있을 때 한 직원이 '사장님 손맛은 누구도 뺏어가지 못해요'라는 말을 듣고 위안을 받고 자부심도 느끼고 지금까지 버텨온 힘이 됐어요."

메기·빠가사리 매운탕과 둘을 섞은 별난매운탕도 있다. 4인용 테이블 13개가 5개의 방에 나뉘어져 있고 10대 정도 주차 가능한 자체 주차장이 가게 앞에 있다. 032-814-0027

/여승철 기자 yeopo99@incheonilbo.com




[20년동안 조미료 없이 … 불 조절로 감칠맛 내는'그 집'의 추천메뉴]

▲ 메기매운탕
▲ 메기매운탕

 

●메기매운탕
이 집 메기매운탕의 칼칼하면서 시원한 육수의 비밀은 민물새우를 듬뿍 넣는 것과 양념장의 숙성과 조합에 있다. 민물새우가 너무 많이 들어가면 느끼한 맛을 내기도 하지만 적당히 넣으면 시원하면서 달짝지근한 맛을 보여준다. 양념장은 직접 담근 고추장에 좋은 고춧가루를 넣고 센불, 중불, 약불의 과정을 거쳐 끓여내면 단순하지만 감칠맛과 깊은 맛이 우러난다. 박 대표는 다도에서 찻물을 끓일 때 화풍, 춘풍, 지풍을 통해 뜨거운 물을 조금씩 식혀가면 차맛이 달라지는 것을 적용했다. 또 철에 따라 야채도 달리한다. 대파는 가을에 맵지만 달고, 가을철 늙은 호박은 국물을 시원하게 하는데 봄철에는 달기만 하다. 감자도 겨울에는 맛이 떨어지기 때문에 단호박을 대신 넣는다. 이렇게 야채 맛의 차이에 따라 조합하는데 오래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손맛이 나 비법이 됐다.

▲ 별난매운탕
▲ 별난매운탕

 

●별난매운탕
메기와 빠가사리를 섞어 끓인 매운탕인데 이집에서는 '별난매운탕'으로 부른다. 빠가사리는 '빠각'하는 소리를 내서 붙은 별명으로 본래 이름은 '동자개'인 우리나라 토종민물고기다. 메기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몸이 작고 머리가 위아래로 납작한 편이다. 시원하고 가벼운 맛을 내며 매운탕, 찜, 어죽 등으로 조리하여 먹을 수 있다. 술을 많이 먹어서 생긴 숙취를 해소시키거나 소변을 원활하게 보도록 도와주는 역할도 한다.

▲ 민물새우튀김
▲ 민물새우튀김

 

●민물새우튀김
민물새우는 '새뱅이'로도 불리는데 버릴 것 하나 없는 키토산의 보고로 알려져 있다. 새우 본연의 맛에 튀김 옷을 얇게 해서 튀겨놓으면 담백하면서 바삭바삭한 맛에 아이들 입맛에도 그만이다. 한입에 쏙 들어갈 적당한 크기로 나눠 그냥 먹어도 고소하고 짭쪼름한 새우칩을 먹는 느낌이고 초간장과 함께 먹어도 맛있다.

▲ 비트전
▲ 비트전

 

●비트전
빨간 무라고도 불리는 비트는 아삭한 식감과 풍부한 영양소를 함유하고 있고, 특유의 붉은 색으로 샐러드를 비롯해 다양한 요리에 사용된다. 비트의 붉은 색소는 베타인이라는 성분으로 세포 손상을 억제하고 항산화 작용을 해 암 예방과 염증 완화 효과가 있다. 이 집에서는 매운탕을 주문하면 전이 나오는데 철에 따라 메밀전, 부추전이 나올 때도 있다.


 

▲ 공연기획자 장한섬 플레이캠퍼스 대표가 메기매운탕 전문점 '해씨부인'을 찾았다.
▲ 공연기획자 장한섬 플레이캠퍼스 대표가 메기매운탕 전문점 '해씨부인'을 찾았다.

 

[공연기획자 장한섬 플레이캠퍼스 대표가 찾은 '해씨부인']

"1970년대부터 90년대까지 인천의 연극무대를 대표하던 '돌체 소극장'의 원조자리인 이곳을 인수해서 '플레이캠퍼스'로 개관한지 어느덧 10주년을 맞이했네요. 50~70석 정도의 그야말로 '작은 극장'이지만 천정 높은 무대가 울림이 좋아서 배우와 관객이 함께 호흡할 수 있는 곳이죠."

인천 연극의 산실을 지키고 있는 공연기획자 장한섬 플레이캠퍼스 대표가 전통메기매운탕으로 잘 알려진 인천 연수구 '해씨부인'을 찾아 연극과 독일 가곡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플레이캠퍼스 개관 10년을 기념하기 위해 지난 1월부터 6월까지 매달 한차례씩 19세기 독일가곡을 재해석에 무대에 올리고 있는 장 대표는 독일과 특별한 인연이 있지는 않지만 우리나라 클래식 팬들에게 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처럼 독일 가곡이 익숙하고 그만큼 예술성이나 대중성이 확보된 작품들이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난 10년동안 가장 기억에 남고 플레이캠퍼스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작품이 2011년에 처음 올린 '카페 라보엠'이에요. 오페라 라보엠을 모티브로 해서 연극적인 요소, 뮤지컬 요소를 합친 음악극이지요. 인천을 배경으로 해서 기획한 작품이고 '카페 라보엠'을 보신분들이 '아주 잘된 작품'이라는 평에 힘입어 2014년부터 본격적으로 공연에 나서려 했는데 세월호 사태가 터져서 무산됐어요. 또 2015년에는 메르스사태, 2016년에는 촛불혁명, 2017년에는 대통령선거, 지난해에는 지방선거 등 정치, 사회적 격변기와 맞물려 제대로 무대에 올리지 못했는데 올해는 마침 선거가 없는 해니까 '카페 라보엠'을 다시 무대에 올리려 이것저것 준비도 하고 여기저기 알아보고 있어요."

인천 부평 토박이인 장 대표는 20대 초반부터 문화판, 예술판에서 어울리며 소설도 쓰고 풍물패도 이끌고 연극도 만들어 왔는데 그의 활동 주제는 항상 '인천의 정체성'이었다.

"올해 10월30일이 인현동 화재참사 20주기인 날이에요. 인천의 중·고등학생 57명이 숨지고 81명이 다친 끔찍한 사건이었죠. 교육체계의 총체적 문제점에 의해 발생한 사건인데 당국은 '애들이 술집에 가서 당한 사건'으로 원인과 결론을 내리고 청소년문화센터를 세우는데 그치고 말았지요. 하지만 올해는 이날에 맞춰 행사를 준비하고 있어요. 매년 추모제를 주관해온 홍예문화연구소와 함께 추모 공간의 의미를 부각시켜서 경건하지만 사람들이 자주 찾아오는 '기억의 공간'으로 다시 꾸며보려고 해요. 제가 어릴 때는 인천상륙작전기념관에 가서 반공교육 받았지만 기억의 공간에서 지난 20년과 함께 앞으로 20년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기회를 갖는 것도 의미있는 작업이라고 생각해요."

장 대표는 최근 인천의 상황을 1930년대 인천의 시대상과 연계해서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으며 이에 대한 작품도 구상하고 있다.

"몇년 전에 '소설가 구보씨의 자전거'라는 국악연극을 연출했어요. 이상과 구보가 인천에 왔을 때 용동권번에 있는 기생 두명이 만나 벌이는 로드무비 비슷한 작품이었죠. 이상과 구보가 활동했던 30년대는 모더니즘과 함께 모던 보이, 모던 걸 등으로 대표되던 젊은 세대들이 있었죠. 당시 기생들은 신분적으로 낮은 계층이었지만 사대부를 상대로 하다보니 시를 쓰고 춤, 노래, 음악, 글씨 등 예능을 두루 갖추고 있었지요. 권번이 지금으로 따지면 예술기획사 또는 엔터테인먼트라고 할 수 있는데 기생들이 권번에서 체계화된 예술영재교육을 받았지만 예술가의 길이 아닌 손님을 상대하는 직업을 갖게 되는 아이러니한 삶을 살았어요. 어려운 주제이긴 하지만 30년대의 새로운 세대와 요즘 '청년수당', '기본수당'의 대상이 되는 청년들의 모습을 대비하거나 연계시키면 뭔가 만들어질 것 같아서 고민하고 있어요."

/글·사진 여승철 기자 yeopo99@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