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하 군공항 건설 이래 첫
관련 법안 마련해 부처 협의
정부 패소 배상만 1조 육박
24만여명 대상 예산이 변수

수원시와 화성시 수십만 주민들의 '전투기 소음 피해'가 일제강점기 군공항 건설 이래 최초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관련 법안이 급물살을 탔기 때문이다.

10일 군 당국에 따르면 국방부는 최근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주변지역 지원에 관한 법률(가칭) 초안'을 마련해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와 협의 중이다.

법안은 군공항 전투기 소음 피해지역 및 주민들을 지원하는 내용이 골자다.

전투기 영향 지역을 웨클(WECPNL·항공기 소음 단위) 별로 구분하고 각종 대책을 담은 것으로 추측된다.

사실상 전투기 소음 피해를 정부가 인정한 셈이다.

현재 국내는 '공항소음 방지 및 소음대책지역 지원에 관한 법률'로 민간공항 피해에 대한 지원 사업을 하고 있다.

하지만 군공항 피해는 어느 법에도 명시돼있지 않다. 주민들이 할 수 있는 항의 수단이라곤 민원 제기나, 국가를 상대로 한 민사소송 밖에 없다.

전국에서 대표적인 피해 지역으로 꼽히는 수원시와 화성시의 경우 일제강점기인 1940년대 초 군공항이 지어졌다.

수십년간 수원과 화성 행정구역을 오가면서 도심 안에 자리를 잡았다.

결국 양쪽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매일 이·착륙하는 전투기 소음에 고통받아왔다.

수원과 화성을 합쳐 34.2㎢ 면적이 적게 75웨클부터 95웨클 이상에 달하는 소음에 노출돼있다.

수원 주민 18만여명, 화성 6만여명 주민이 피해를 감수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수원 24개, 화성 8개 학교 학생까지 수업에 악영향을 받고 있다.

75웨클만 해도 교통량이 많은 도로에서 20여m 떨어진 사람이 체감하는 정도의 소음이다.

법안이 제정될 시 이와 같은 피해를 인정받고 나아가 보상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밝은 전망만을 기대하기엔 이르다.

'예산'이 변수로 남아있어서다.

민간항공 피해 지역의 경우 투입 예산 중 일부를 항공사가 부담하지만, 군공항 피해 지역은 100% 국가재정으로 감당해야 한다.

소송에 참여했던 주민들로 한정했던 과거보다 보상 대상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정부가 소송을 낸 주민들에게 패소해 지급한 배상액만 1조원대에 육박한다.

실제 전투기 소음과 관련된 법안은 지난 17대 국회부터 10여개가 발의된 바 있지만, 재정을 확보하는 부분에서 명쾌한 방안이 나오지 않아 좌절됐다.

국방부 관계자는 "군공항 소음에 대한 기준, 주민 지원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아 내부적으로 법 제정 작업을 했다"며 "구체적인 내용은 현 단계에서 논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한편 수원·광주·대구 등 11개 피해 지역의 시·군·구 의원은 '전국 군용비행기 소음피해지역 지방의회 전국연합회'를 구성해 전투기 소음 관련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수원시와 화성시에 걸친 군공항은 '군공항 이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근거로 이전이 추진됐지만, 화성 화옹지구가 예비이전후보지로 선정된 것에 대해 화성시가 반발하면서 중단됐다.

/김현우 기자 kimhw@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