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하대 명예교수

25년간 1단계도 못나간 북핵문제, 두 번 만남으로 해결된다고? 역시나 불가능한 문제라는 듯 2차 북미정상회담이 성과없이 끝난지 10여 일이 지났다. 네 측면에서 정리해 본다.
첫째, 트럼프 대통령에 초점을 맞춘 평가는 다음과 같다. '올바른 거래 위한 불가피한 진통이다'(동아일보). '美 정치와 뒤엉킨 하노이 회담과 더 험난해진 核폐기'(문화일보). '트럼프가 궁극적으로 한반도 비핵화를 실현한다는 긍정적 확신을 가지고 있다'(WSJ). '일본 정부는 그동안 나쁜 합의(배드 딜) 보다는 무합의(노딜)가 낫다는 방향으로 미국과 조정을 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의 결단을 지지'(NHK). '안이한 타협을 하지 않아 잘 됐다'(일본時事通信) 등이다.

둘째,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초점을 맞춘 평가는 다음과 같다. '北 비핵화 전략 근본적 재검토 필요하다'(매일경제). '노딜' 하노이 핵 담판… 미국, 북한에 공 넘겼다(세계일보). 김정은 '모든 제재 풀라'… 결국 판이 깨졌다(조선일보). '하노이 회담의 붕괴로, 김정은 폭삭 주저 앉았다'(폭스뉴스 TV). '김정은, 핵무기 프로그램 일부만을 없애는 대가로 대북제재 완전히 걷어내길 원했다'(NYT). 김정은, '핵보다 경제다'(김진홍 칼럼). '빈손 귀환' 김정은, 북 주민에 뭘 쥐어줄지 생각해 보라(세계일보 사설). 다시 김정은의 결단이 필요하다(윤상환 칼럼) 등이다.

셋째, 한·미·북에 전달하는 메시지는 다음과 같다.'안타까운 북미 정상회담 결렬, 협상 모멘텀은 살아 있다'(경향신문), '한반도에 암운 드리운 하노이 미·북정상회담'(세계일보). '양측 사이에 존재하는 어려움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WSJ). '지난 1년간 한반도 정세는 중대한 전기를 맞았다. 대화와 협상을 계속하는 것이 유일한 길'(중국외교부 대변인 루캉). '한 번의 좌절로 후퇴해선 안 된다'(중국 환구시보 사설). '지속가능한 평화의 기초를 세웠다'(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제2, 제3 핵시설 눈감은 '북 비핵화' 논의는 무의미하다(동아일보 사설) 등이다.

넷째, 한국의 과제로 생각되는 것은 다음과 같다. '안보 돌다리' 천 번이고 두드려라(세계일보). 이 상황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최대 패자'(loser)다. '이제 북한과의 관계를 더는 진전시킬 수 없을 것이며, 남북 경제협력도 현재로선 논의 대상이 아니다'(영국 가디언, 중앙일보). '하노이 회담 결렬 후 중재 역할 커진 한국'(국민일보 사설). 충격적인 북·미회담 결렬, 정부가 나서 '불씨'살려야(한겨레신문). '북 비핵화 실패 대비해 핵 억제력 획기적 강화해야'(신원식 칼럼). 한국이 미국의 '主 방어선'에서 제외될 위험에 처했다(문화일보 사설). '한미 연합훈련 조정, 북 오판 부추겨선 안돼'(동아일보 사설). '미·북회담 결렬에도 한미 훈련 종료, 국방 공백 메울 방도 있나'(매일경제 사설). '북 핵폭탄·농축시설 다 그대론데 한·미는 훈련까지 폐지'(조선일보 사설). 김정은 '비핵화 쇼'에 놀아난 1년(이현종 칼럼).

"한국은 단기적으로 좀 진정하고 천천히 움직여야 한다. 왜냐하면, 북한이 한·미관계를 이간질하지 못하도록 미국이 북한에 대한 지렛대를 유지하고 통합적 접근을 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버시바우 전 美대사). "영변(핵 시설 폐기)은 하나의 단계일 뿐이며, 그건 전부가 아니고 시작에 불과하다"(전 6자회담 차석대표 조셉 디트라니). "결렬로 끝난 하노이 회담은 남북 협력사업 추진을 열망하는 문 대통령에겐 분명히 실망스러운 일이며, 결과적으로 남북 협력 사업을 제한할 것이다"( Foreign Affairs) 등이다.

특히 트럼프가 김정은에게 '북한이 원하는 제재 해제는 모든 핵, 생화학 무기 및 탄도미사일 등을 내놔야 가능하다'는 것을 문서로 28일 제시했으며, 번역에 오해를 방지하기 위해 한글과 영문 문서를 각각 전달한 것으로 밝혀졌다(문화일보 사설). 그 기준과 원칙을 위해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네 차례나 방북하고 세 번이나 김정은과 오찬과 대화를 나누면서 의제 합의를 시도했지만 실패했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회담 결렬은 예견된 것이며 누가 자초한 것인지 분명하지 않은가. 앞으로 북한이 강공으로 나온다면 회담 결렬은 계획된 카드로서 그들만의 전략적 전술의 재등장이다. 안타까운 것은 이같은 사실과 흐름을 우린 왜 미리 읽지 못했을까. 때문에 대통령이 회담 결렬 직후와 3·1절 경축사에서 대북관계에 대한 언급을 전혀 하지 않음으로써 양국에 대한 불쾌한 심기를 표하고, 관련 책임자들의 문책 인사를 전격 단행하는 것이 한 차원 높은 리더십이 아니었을까. 화(禍)와 복이 같이 온다는 대북관계는 과속 금지와 신중함이 필수적임을 또 다시 절감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