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청소년 안전 강화로 인천 치안 이미지 바꾼다
▲ 남경순 인천 연수경찰서장. /양진수 기자 photosmith@incheonilbo.com

 

사회적 약자 보호받는 도시 만들 것
여경 적었던 만큼 고위직 진출 적어
개서 요원 부임지 귀환 감회 새로워
공동체치안 2위 체감토록 치안 향상


'인천 경찰 역사가 몇 년인데….'
올해 초, 인천 연수경찰서가 새로운 서장 취임을 알리며 붙인 '인천 최초 여성 서장' 수식어를 보고 떠오른 물음표다. 1987년 2월27일 인천직할시 경찰국이 개국하고 32년이다. 인천지역 경찰서가 현재는 10곳, 비교적 최근에 문을 연 논현서, 서부서를 빼도 8곳이다. 서장 임기는 보통 1년이다. 경찰국 개국 이후 32년 동안 서장 자리를 거친 경찰 간부가 적어도 200명 이상은 된다는 소리다.
인천 최초 여성 서장인 남경순(58) 총경이 지난 1월14일 연수경찰서장으로 부임하고 두 달이 지났다. 연수서 직원들은 그에 대해 "다른 청장들보다 확실히 섬세하고 온화하다"고 평가한다.

-서장을 두고 '섬세하다'더라. 어떤 의미 같은지.
아무래도 부임하자마자 노인과 아동,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로 여겨지는 시민들에게 관심을 쏟고 있어서 나온 얘기 같다. 얼마 전, 연수구의 한 오래된 아파트 단지 상가 건물에 있는 농아인 단체를 간 적이 있다. 치안 사각지대 발굴 목적으로 갔더니 단체 회원들이 "경찰에서 우리를 찾아준 게 처음"이라며 반가워 해 주시더라. 취약계층이 많은 동네라 노인 취객이 막 문을 열고 들어오기도 하고, 범죄 발생 때나 화재, 지진 시 대처 요령을 알려주는 곳도 없었다면서 그동안 쌓였던 생활 민원을 그 자리에서 쏟아내셨다.
어떤 나라가 선진국인가를 가늠하면서 사회적 약자에 대한 인식과 사회적 안전 시스템을 언급한다. 송도국제도시라는 글로벌한 도시를 품고 있는 연수에 그에 걸맞은 스마트한 치안과 함께 사회적 약자가 보호받는 도시를 구축하고 싶다. 한마디로 경찰이 늘 가까이에 있어 안정감이 든다는 느낌을 조성하고자 한다.

-순경에서 총경까지. 경찰 고위직에 여성이 드문 이유가 어디에 있다고 보나.
고등학교를 졸업할 무렵인 1983년 우연히 신문에 실린 여성 순경 공채를 봤다. 한 여경이 제복을 입고, 교통정리를 하는 사진이 같이 실렸는데 멋진 사진 때문인지 경쟁률이 178대 1을 기록했다. 당시 내가 합격한 공채에서 여경을 100명을 채용하고서도 전국에 여경은 600명 정도였다. 요즘이야 여경 비율이 10%를 넘었지 그 시절 여성 숫자가 절대적으로 적어서 승진 대상자 자체가 적다. 특히 인천은 더했다.
하지만 이젠 경정, 경감 등 계급에 여성들이 많이 포진해 있다. 앞으로 여성 서장은 물론 청장도 기대해 볼 만하다.

-인천 경찰 역사와 함께했다고 들었다.
순경으로 입직해서 초임 때부터 인천에서 있었다. 무엇보다도 1987년 연수경찰서 전신인 남부경찰서의 개서 요원으로 일했던 경험이 있다. 32년 전 순경이던 내가 서장으로 부임하게 돼 감회가 새로울 수밖에 없다.
1980년대만 하더라도 인천은 논밭이 즐비한 허허벌판이었다. 지금 연수구로 와 다른 지역 주민들보다 평온하고 온화한 표정으로 생활하는 구민들을 보면 격세지감을 느낀다.
경찰로 일하면서 교통 민원부터 정보, 수사 등 여러 부서를 거쳤지만 제일 오래 몸담았던 곳은 아동·청소년 관련 업무다. 더군다나 연수는 이따금 아동학대와 학교폭력 사건이 발생해 인천 전반의 치안 이미지를 낮추곤 했다. 지난 업무 노하우를 토대로 어린이집, 아동·청소년지원센터, 교육청 등 관련 기관과 협력해 대응책을 마련하고 아동·청소년 안전보호망을 더욱 촘촘히 할 계획이다.

-송도국제도시 확장에 올 4월엔 크루즈 개항까지. 급증하는 연수구 치안 수요 해법은
주민 참여와 협력이 절실한 부분이다. 경찰 혼자 치안정책을 정하고 이끌어 나가기엔 도시구조가 고도화돼 있다. 현장에 계신 주민들 조언을 들으며 정책을 결정해 나가고 현실에 반영하는 밀착형 치안이 효과를 거둘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이런 주민과 경찰 밀착 관계에서 가장 먼저 기대할 수 있는 게 범죄 취약지역 환경 개선이다. 물론 교통 환경도 더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 구와 협조하면 안전시설도 충분히 증설할 수 있다. 지난해 연수서가 전국 공동체치안 평가 전국 2위를 달성했다. 주민들이 체감하는 치안도 여기에 맞게 올려놔야 하지 않겠나 생각한다.

-연수경찰서 소속 경찰관들을 보면서 어떤 생각을 하는지. 리더십에 대한 얘기다.
출근하고 싶은 직장이 되도록 해야겠다고 마음먹는다. 조직이 유연하면 이 불가능할 것 같은 난제도 어느 정도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유연한 조직'으로 우리만 좋게 하자는 게 아니다. 이는 구민들이 요구하는 치안에 탄력적이고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사실 경찰이 제복만 입었다뿐이지 시민의 한 사람 아닌가. 이렇게 하나하나 쌓아 가다 보면 주민들과 연관이 깊은 연수경찰서가 될 수 있다고 본다.

/김원진 기자 kwj7991@incheonilbo.com


남경순 서장이 걸어온 길

-83. 01. 협성여자상업고등학교 졸업
-01. 03. 인하대학교 행정대학원 사회복지과 졸업

-07. 11. 21~09. 02. 08 인천중부서 신흥지구대장
-09. 02. 09~10. 01. 29 인천청 장비보급계장
-10. 01. 30~11. 01. 28 인천중부서 생활안전과장
-11. 01. 29~12. 01. 26 인천서부서 경무과장
-12. 01. 26~16. 01. 14 인천청 제1부 교육계장
-16. 01. 15~16. 03. 11 인천청 제1부 경무과(치안지도관)
-16. 03. 12~16. 07. 07 인천청 제1부 정보화장비과장
-16. 07. 08~16. 12. 12 인천청 제1부 경무과(교육)
-16. 12. 13~17. 12. 25 충남청 청양서장
-17. 12. 26~19. 01. 13 인천청 제1부 경무과장
-19. 01. 14~현재 인천청 연수경찰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