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연안부두 남쪽 해안가 끝자락. 바람이 불어올 때마다 흩날리는 시커먼 석탄가루와 끊이지 않는 철도·대형 화물차량의 소음은 옛 강원도 오지의 탄광지역과 별반 다를게 없다. 인천 남항 석탄부두의 모습이다.
지난 1980년대 후반 이 곳에 들어선 석탄부두는 30년 넘는 세월 동안 인근 주민은 물론 인천 시민들에게 고통을 안겨주고 있다. 내년이면 인천에서 떠나 보내기로 돼 있던 골칫거리를 몇년 더 옆에 두고 있어야 한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반갑지 않은 소식이다.

남항 석탄부두는 당초 2020년에 강원도 동해항으로 이전할 계획이었으나 그 곳의 부두 건설이 늦어지면서 지연되고 있다고 한다. 서둘러도 3~4년은 걸릴 전망이다. 더욱이 동해시 주민들이 석탄부두 건설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고 하니 앞날이 걱정스럽기만 하다.

인천 남항 석탄부두는 지난 1989년 수도권 등 중서부지역의 안정적 원료 공급을 위해 건설됐다. 이 곳을 통해 반입된 석탄은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경기도와 강원도, 충청도에서 사용되고 있다. 수도권과 중서부지역에서 쓰이는 석탄 수입 전용부두인 셈이다. 대형 석탄운반선 접안시설과 석탄 저장시설 등이 들어선 9만여㎡에 이르는 남항 석탄부두는 2000여세대에 이르는 대단위 아파트 단지 및 연안부두 상업시설과 1㎞ 남짓 떨어져 있다. 연간 수천만t의 석탄을 하역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날림먼지와 소음으로 인한 주민 피해와 생활 불편은 요즘의 미세먼지 피해 못지 않다. 인천의 환경연구기관 측정결과 남항 석탄부두 인근의 미세먼지 농도는 도심 다른 곳보다 항상 높을 뿐만 아니라 기준치를 넘어서는 일이 다반사였다.

2011년 해양수산부는 수십년째 이어오는 주민들의 고통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며 남항 석탄부두를 이전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수년이 지나도록 이전지를 찾지 못하다 2016년에야 동해항에 대체 부두를 건설해 2020년까지 남항 석탄부두를 옮기기로 했다. 하지만 부두 건설 지연과 동해 주민들의 이전 반대라는 장애물을 넘어야 한다. 주민들이 30년 넘는 먼지와 소음 속 생활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지역 정치권이 한 목소리를 내야할 때다. 남항 석탄부두 이전이 더 이상 늦춰져선 안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