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 

지난 반세기 동안 국내외에서 자동차 운전을 하면서 야생동물들과 마주치거나 충돌한 적도 여러 번 있었다. 1980년대 초까지만 해도 전국에 비포장도로가 많았었는데 전남 강진에서 장흥으로 가는 국도에서 길을 건너던 노루와 충돌한 적도 있었다. 자동차 범퍼가 찌그러질 정도의 충격에 노루도 생명을 잃었고 당황하고 애석해하는 필자에게 동네 분들이 그냥 두고가라던 장면이 생생하게 기억난다. ▶1994년 미국에서 월드컵이 열렸을 때, 시카고에서 위스컨신 주를 거쳐 미네소타 주 일대를 자동차로 여행한 적이 있었다. 미네소타 주 북부에서 날이 어두워졌을 때 일반도로를 가로질러가는 사슴떼를 만나서 속도를 줄이고 사슴떼 앞에서 정차하고 있었다. 사람들이 타고 있는 자동차를 아랑곳하지 않고 유유히 길을 건너던 수십 마리의 사슴들이 인상적이었다. ▶남아메리카 브라질의 판타날 열대 습지대를 관통하는 BR262 고속도로는 전 세계에서 야생동물들이 가장 많이 희생당하는 죽음의 도로로 알려져있다. 17만㎢에 달하는 판타날 습지대에는 4700여종의 동식물들이 서식하고 있는데 매년 수천마리에 달하는 동물들과 조류들이 고속도로에서 생명을 잃고 있다고 전 세계 자연보호 관련 학자들과 시민단체에서는 경종을 울리고 있다. ▶판타날 습지대의 동물들이 BR262 고속도로에서 자동차 사고로 숨지는 상황을 1990년대 초부터 조사해온 브라질 마토그로소대학의 와그너 피셔 박사는 악어와 거대한 보아뱀 그리고 각종 희귀한 황새들이 수천마리씩 희생되고 있다고 보고하고 있다. 1996년부터 4년 동안 BR262에서 희생된 920여 동물개체 중에는 29종의 파충류와 47종의 조류들이 포함되어 있는데 그 수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2017년 한 해 동안만도 1000여마리 포유동물이 BR262에서 희생되었다. ▶지난 20여년간에 걸친 피셔박사의 탐구자료에 따라 세계 각국의 학자들과 자연보호 단체는 판타날 습지대의 희귀한 동물들이 고속도로에서 무차별 희생되는 것을 막기 위한 국제공조에 나서고 있다. 스코틀랜드 왕립 동물학회의 아노드 데비에츠 박사는 고속도로에 벽막이를 설치하고 동물들이 횡단할 수 있는 다리나 터널을 브라질 정부당국자들과 설치하고 있다. 미국의 고속도로에 설치된 야생동물을 위한 터널과 다리들이 90%이상의 동물들을 구하고 있는 것을 BR262에 용용하려는 국제적인 협력이 성과가 있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