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꿎은 개구리만 깨울텐가

 

▲ 執(잡을 집)은 죄인의 발에 차꼬(幸)를 채워 몸이 구부러진(丸) 모습이다. /그림=소헌

 


양력으로 3월6일을 앞뒤로 하여 경칩이 온다. 경칩驚蟄은 봄이 되어 겨울잠을 자던 개구리가 깨어나 움직이는 때를 말한다. 이날은 개구리만 깨우는 것이 아니라, 겨우내 지친 민중들의 희망을 깨우는 날이기도 하다. 이렇게 기쁜 날 경을 칠 사건들이 끊이질 않는다. 그런데 공연히 애꿎은 개구리만 경치게 되었는데 왜 그런지 알아보자.

(1)경(更)을 친다는 말에서 왔다. 예전에는 하룻밤을 다섯으로 나누었고, 이를 알리기 위해 북이나 꽹과리를 쳤다. 밤 12시를 3경三更이라 했으니 이때는 성 안의 모든 문을 잠그고 통행을 금지시켰다. 만일 이때 돌아다니다가 순라군에게 잡히면 관가로 끌려가서 여러 가지 심문을 받았고 5경五更을 친 뒤에야 풀려났다.

(2)경()을 친다고도 한다. (묵형할 경)은 죄인의 이마나 팔뚝에 먹줄로(黑흑) 죄명을 써 넣는 형벌인 경형刑을 말한다. 그래서 '경을 치다'는 '호된 꾸지람이나 벌을 받다'는 뜻이다.

와면냉수(蛙面冷水) 개구리 낯짝에 찬물 끼얹기. 개구리 낯짝에 물 붓기. 항상 물에 젖어 있는 개구리의 낯짝에 물을 끼얹어 보았자 개구리가 놀랄 일이 아니다. 이처럼 어떤 자극을 주어도 전혀 먹혀들지 않거나 어떤 처사를 당하여도 태연하다는 속뜻을 가진 4자속담이다.

蛙(개구리 와)는 원래 땅 속(圭규)에서 자는 개구리(충)를 뜻하며 겨울잠을 자는 동물을 대표한다. 蛙(와)에는 음란하다는 뜻이 있다. 개구리 혓바닥으로 낼름 잡아먹는 모습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驚 경 [놀라다 / 다급하다]

1. 敬(공경할 경)과 馬(말 마)가 만난 글자로 주석하기 매우 어려운 글자다.
2. 최순실 국정농단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드러난 한마리에 수십억이나 되는 비싼 말(馬)을 공경하는(敬) 그녀에게 온 민중은 크게 놀라고(驚) 말았다.

▲蟄 칩 [숨다 / 겨울잠 자다]

 

1. 執(잡을 집)은 죄인을 잡아서 차꼬(幸행, 발에 채우는 수갑)에 채워 몸이 구부러진(丸환) 모습이다.
2. 정치인들이 칩거蟄居한다고 하는데, 바로 집에서 숨어 지내는 것을 말한다.
3. 한자에서 (벌레 충)은 개구리나 곤충을 의미한다.

경칩驚蟄과 같은 말로 계칩啓蟄이 있다. 계자를 다른 글자로 써서 계칩繫蟄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자유를 구속당하여 집에 가만히 있다는 뜻으로 繫(묶어 목매달 계)라는 글자에서 구체적인 의미를 연상할 수 있다.

여차하면 이 나라 대통령이 될 수도 있었던 사람이 상습적으로 성폭행을 저질렀다. 그의 여비서는 8개월 동안 성추행 및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그는 미투(Me-Too)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당연한 결과다. 아직도 꿈틀거리고 있는 미투. 그 죄를 용서할 사람은 오직 피해자뿐이다. 경칩(계칩)은 땅 속에서 잠을 자는 개구리에게 '찬물을 끼얹는 날'인 셈이다. 미투 가해자들의 얼굴에 찬물만 끼얹어서야 되겠는가?

/전성배 한문학자·민족언어연구원장·'수필처럼 한자'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