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수 논설실장

인천대공원은 걷기, 달리기에 흠뻑 빠진 마니아들의 성지이다. 주말 공원호수에 물안개가 필 새벽부터 마라톤 동호인들의 활기가 넘쳐난다.
인사마(인천사랑마라톤클럽)를 비롯한 인마클, 58개띠, 인천달변, 달리는 물개들, 신달모, 러너스, H₂O, 뛰뛰빵빵, 다모아, 송사마, 만의골, 스마일, 투게런, 인천마라톤, 남동마라톤 등 20여개의 동호회·클럽의 달리미들이 건강증진과 친목을 과시하며 전국 대회를 준비하기도 한다.
마라톤 단체의 숨겨진 이름을 가늠하기엔 쉬울 것 같으면서 아리송하고 재미있다. 나름대로 신나게 달리고 서로 사랑하는 의미들이 담겼다. 또 이곳에서 소래포구 시장까지 이어지는 인천둘레길이 놓였으니 걷기 매력에도 빠질 만하다. 휴대폰 걷기 앱을 설정하고 매일 1만보에 도전하지만 목표를 달성하기가 쉽지 않다. 그냥 걷기만 하면 될 것 같은데 그것 또한 쉽지 않다. 먼저 시행착오를 겪은 걷기 스승이 필요할 듯싶다.
마니아 건각이라면 지구 한 바퀴 정도는 뛰지 않았을까. 적도를 중심으로 둥근 지구의 거리가 대략 4만㎞라고 하니 하루에 10㎞를 걷거나 달리는 경우, 4000일이 소요돼야 지구 한 바퀴를 도는 셈이다. 11년 정도가 걸린다는 계산이다. 열정과 흥미 없이는 매일 반복하는 훈련을 이어갈 수 없고, 현대인의 시간 배려도 어려운 현실이다. 하지만 꾸준한 걷기, 달리기를 통해 얻는 성과는 단순히 신체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정신건강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들이 많기 때문이다.
몸과 사유가 공존하는 여가만족도는 달려본 사람만이 느끼는 희열이고 백미이다. 그런데 보통 집에만 있으면 1000보를 걷고, 집안일을 하면 3000보를 넘지 않는 수준이라는 측정결과도 있다. 앉아서 진료만 보는 의사는 하루 200보, 샐러리맨은 5000보 정도라 한다. 한국걷기과학학회에 따르면 걷기의 신체적 효능은 다양하다. 호흡 능률이 향상돼 산소 섭취량이 늘고, 다리와 허리의 근력이 좋아지며 유익한 콜레스테롤(HDL)이 증가한다는 것이다. 심장이나 폐의 기능 증진뿐만 아니라 비만,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 등 성인병 예방에도 효과적이라 알려진다.
오는 31일(일) 인천일보가 주최하는 인천국제하프마라톤대회는 가족, 동호인들의 축전이다. 인사마와 인마클은 페이스메이커 자원봉사에 나선다. 인천의 봄볕, 봄빛이 기다린다. 인간이 직립보행을 통해 무한한 가능성에 도전하듯 걷기, 달리기는 인간다움의 기본이다. 걸음 수부터 늘려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