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쳐다보기가 겁이 난다. 대낮에 해를 본 지가 언제인지 모를 지경이다. 미세먼지 공습이 일주일째 이어지면서 시민들이 불안감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특히 인천은 지난 5일 서울과 함께 전세계에서 가장 대기질 지수가 나쁜 도시로 측정됐다. 경기도도 마찬가지다. 며칠 사이 전국 최고 수준의 미세먼지 농도를 오락가락하고 있다. 잿빛 하늘 아래 저마다 마스크를 하고 말없이 걸어가는 풍경에 더 숨이 막힌다.
올해 들어 인천에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예비저감조치 포함)가 내려진 것만 14일이라고 한다. 3월 들어서는 하루도 빠지지 않았다. 미세먼지로 손님들 발길이 끊긴 자영업자들은 이중 삼중으로 고통스럽다. 건설현장은 이러다 공기를 맞추지 못할까 걱정이다. 어린 자녀들을 학교에 보낸 부모들은 더 걱정이다. 학교장 재량으로 휴교나 단축수업이 가능하지만 이도 쉽지 않다고 한다. 맞벌이 가정 자녀들을 위한 돌봄교실 운영 등이 걸리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대용량 공기정화기 설치를 지원하라고 지시했지만 더디기만 하다. 경기도교육청이 지난해 말부터 도내 모든 학교 교실에 공기청정기 설치 사업을 추진 중이지만 아직은 특수학교와 초등학교 일부에만 설치됐다. 중고교에는 10개 학교 중 1개 학교 꼴에 불과한 실정이다. 시민들은 정부가 미세먼지와 관련 왜 중국에 대해 저자세인지 불만이다. 백령도 등의 심각한 미세먼지 농도만 봐도 명확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희망이 보이지 않은 것이 더 문제다. 관계 당국은 쉴 새 없이 재난문자를 날리는 것으로 만족하는 듯하다. 요란하게 울리는 재난문자 수신음은 이제 경각심보다는 짜증만 유발시키고 있다. 유례없는 환경 대재앙에 '비상 대응'이나 '총력 대처' 등의 말만 무성하다. 미세먼지 재앙은 이제 일상화될 것이라는 불길한 조짐을 확실히 보여주고 있다. 더는 머뭇거릴 여유도 없다.
정부는 탁상공론이 아닌 실효성 있는 대책과 비전을 보여주고 시민들은 이에 적극 협력해야 한다. '국외 먼지'의 유발지인 중국에 대해서도 할 말은 하고 협력할 것은 협력해야 한다. 대기는 물과 함께 시민들의 생존에 가장 원초적인 환경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