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층석탑 되찾겠다" … 10여년 힘겨운 싸움

 


2008년 시민단체와 위원회 구성 … 일본 오가는 강행군
"문화재 환수는 조상 혼 달래주는 길 … 시민 응원 힘 돼"



2008년 어느 날, 한 남성이 일제 강점기때 일본 오쿠라 재단에 빼앗긴 이천 오층석탑을 되찾겠다고 다짐했다. 시민단체 34곳과 힘을 합쳐 '오층석탑환수추진위원회'를 만들었다.

반환을 위해 해결해야 할 업무는 산적했지만 지원은 없었다. 게다가 부족한 자금 탓에 교수, 변호사 등 전문가 섭외도 어려워 일본재벌재단과 홀로 힘겨운 싸움을 했다.

그렇게 십년이 흘렀다. 지금도 그는 이천오층석탑을 반환받기 위해 이천에서 일본을 오가는 강행군을 이어가고 있다.

'다짐'으로 시작한 환수운동이 '사명'으로 변한 조명호(72) 전 이천 오층석탑 환수추진위원장의 이야기다.
"이렇게 힘든 일을 왜 자처하신 거죠?"

5일 만난 조명호 전 위원장에게 다짜고짜 물었다.

대답은 단순했다. "빼앗긴 문화재를 되찾는 일은 후손들의 사명입니다."

조 전 위원장은 "문화재 환수는 대한민국 정체성을 찾고, 조상 혼을 달래주는 유일한 길"이라며 "빼앗긴 나라를 되찾는 심정을 갖고 운동을 시작했다"고 강조했다.

특히 조 전 위원장은 일본이 우리 귀중한 문화유산을 장식품으로 여기고 있어 울분이 터진다고 했다.

그는 또 "오층석탑은 백성들이 나라의 평원과 가정사 애환을 빈 소중한 우리 문화재였다"며 "하지만 일본 동경의 한 호텔 앞뜰에 장식품으로만 전시됐고, 지금은 해체 돼 수장고에 보관돼 있다"고 울분을 토로했다.
조 전 위원장은 일본 측과의 협상이 쉽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처음 일본 오쿠라 재단에서 우리와 만나기도 싫어했다"며 "이천 시민 109000명 서명을 전달하고, 이야기를 지속하는 등 신뢰를 쌓자 일본 측이 협상에 응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오쿠라 재단 이사장이 죽기 전 '오층석탑 귀향' 모습을 보고 싶다는 말까지 했었지만 은퇴했다"며 "현 이사장은 오층석탑을 한국에 돌려줄 생각이 없는 것 같다. 앞으로 우리가 해결해야할 문제"라고 했다.

조 전 위원장은 "비록 우리 세대에서 환수가 어려워도 훗날 이룰 수 있도록 관심을 갖고 노력해야한다"며 "포기하고 싶을 때마다 시민들의 응원이 힘이 됐다. 모두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경훈 기자 littli18@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