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론 '친구' 때론 '도구' … 인간·동물 달콤살벌 동거史
▲ 손주현 지음, 라임, 239쪽, 1만5000원.

"인간과 동물은 진짜 좋은 친구일까?"
이 책은 인간과 동물 사이에 벌어졌던 세계사 속의 현장을 청소년들과 함께 되짚어 보는 이야기다.

사나온 표범으로 권위를 내세운 이집트의 하트셉수트 여왕, 단지 '재미'를 위해 사자와 검투사가 목숨을 걸고 싸운 로만 서커스, 거란족이 선물한 낙타 오십 마리를 굶겨 죽인 고려의 태조, 코끼리의 시체마저 돈벌이로 이용한 근대 미국의 동물 유랑단, 원주민을 전시하는 우월함 뒤에 숨은 잔인한 제국주의, 냉전 시대의 벽을 허물어뜨린 중국의 대왕판다, 먹이사슬 꼭대기에 선 '인간'과 유흥의 도구로 전락한 '동물' 등 세계사 속 인간과 동물의 달콤살벌한 동거를 되짚어 보면서, 동물이 누려야 할 최소한의 복지와 최대한의 권리를 파헤친다.

이 책에서는 긴 시간 동안 인간과 동물이 어떤 관계를 맺어왔는지 '세계사'를 통해 샅샅이 살펴본다. 달콤, 살벌했던 반전의 연속인 동물과의 관계를 풀어낸다는 점에서, 주구장창 정치사 위주의 정보만 늘어놓는 책과는 사뭇 다르다.

이야기의 시작은 낯설게 느껴지는 선사 시대와 고대이기에 주로 인류사와 역사 이야기 위주이지만, 고대와 중세, 근대를 거쳐 현대로 오면서 세계사의 주요 사건과 시대 구분은 물론, 동물의 감정과 동물 권리, 동물 복지에 대한 폭넓은 이슈와 논쟁까지 살펴본다.

세계사라는 거대한 흐름을 효율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모든 챕터의 앞머리에는 정말 일어났을 법한 역사 사건을 생생하게 재현하고, 그 뒤에 관련 정보와 주제를 해설하는 식으로 구성했다.

또한 중요한 역사 정보를 전달하는 '부가 정보'를 마련해, 내용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으면서도 중요한 세계사의 포인트를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준다.

뿐만 아니라 각 장의 마지막 챕터로 '그때 우리나라에서는'을 엮어, 우리 역사에 대한 정보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이 책을 읽고 나면, 한 해 무려 300만명이 방문하는 창경궁과 350만명이 방문하는 서울대공원 동물원이 새롭게 다가올 것이다!

저자는 에필로그에서 "앞으로의 동물원은 어떤 모습으로 변할까? 인간은 동물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생활을 해왔다. 늘 인간이 이익을 위해 이용하면서도, 친구라는 이름으로 기꺼이 함께하기도 했다. 아마 앞으로도 인간은 늘 동물과 가까이 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물론 동물 입장에서는 인간과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행복해진다는 모순을 안고 있지만 말이다. 인간이 스스로 자연의 일부라고 인정한다면, 동물들을 행복하게 하면서도 가까워질 수 있는 방법을 끊임없이 고민해야 할 것이다"라고 주장한다.

/여승철 기자 yeopo99@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