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 돌아 '핫한 장터' … 한세기 전, 지금, 앞으로도

 

▲ 배다리 도깨비시장 전경.


올해 들어 배다리에 손님들의 발길이 잦아지고 있다. 배다리를 촬영 장소로 한 '극한직업'이 개봉한지 한 달도 채 안 돼 1000만 관객을 돌파하면서 그 여파로 배다리를 찾는 사람들이 다소 방문하기 시작한 것 같다. 아쉽게도 영화에서 관심을 끌었던 'OO왕갈비통닭' 치킨집은 간판조차 남기지 않아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없는데, 얼마 전 급조하며 현수막을 걸어두는 우스운 일도 있었다.

배다리에 대한 추억이 있는 사람들은 영화를 보면서 단박에 알아보고 미뤘던 마음을 챙겨서 일부러 배다리를 찾아오기도 한다. 특히, 주말에는 20대의 젊은 층들이 헌책방을 찾거나 주변의 카페를 탐닉하며 일대의 맛집을 찾아서 오고 있다. 새로운 문화를 즐기며 일상을 공유하는 젊은 사람들이 늘면서 배다리를 하나의 관광코스로 선택하고 있다.

요즘 새로운 신조어로 '뉴트로'라는 말이 등장하였다. 새로움(New)과 복고(Retro)를 합친 신조어로, 옛것(Retro)을 새롭게(New) 즐기는 경향을 말한다. 이는 '유행은 돌고 돈다'는 말처럼 과거에 유행했던 것들이 지금의 젊은 세대들에게 다시 관심과 인기를 끌면서 신문화가 된 것이다. 60~70년대에 생활용품들이 인테리어 소품으로 쓰인 카페가 유행하고, 70~80년대에 유행했던 빵과 밥이 나오는 경양식집이 다시 인기를 끄는 시대가 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배다리는 지금 젊은 세대들에게 핫한 동네로 떠오르고 있다. 인천의 3·1운동 발상지이며, 1907년 건립된 최초의 공립학교인 창영초등학교를 비롯한 근대건축물들과 1950년부터 유지해온 헌책방거리는 엄청난 돈을 쏟아부어가며 일부러 치장해 만들어낸 요즘의 뉴트로가 아니라, 예전부터 있어 왔고, 지금도 꾸준히 오랜 역사와 문화를 지키고 이어오면서 다시 한 세대를 돌고 돌아서 뒤늦게 젊은 층들에게까지 관심을 끌며 지금도 숨 쉬고 있는 문화인 것이다.

일요일 아침이면 배다리 초입 철로변 주변에는 활기가 넘친다. 1930년대 제작된 레코드판에선 옛 가요가 흘러나오고, 할머니 할아버지 세대가 썼음직한 놋그릇, 다방성냥, 함지박, 촛대, 홍보용 마크가 새겨진 유리컵, 다섯알 주판, 고서 등 골동품에서부터 70~80년대의 생활소품까지 펼쳐놓은 도깨비시장이 열리고 있다.
2017년 11월부터 시작된 도깨비시장은 한겨울에도 한주도 쉬지 않고 주말마다 장터를 열어왔다.

배다리마을로 이사를 와서 고현재(古現齋)를 꾸리고 있는 강철씨가 배다리마을과 어우러지는 시장을 재현해보고자 시작한 일이다. 도깨비시장이 열리고 있는 곳은 식민지시대 초기인 1915년 2월14일자 <매일신보>에 '배다리의 시장풍경'이란 제목의 기사가 실린 것으로 봐서 그 장소성도 명맥을 잇고 있다. 사진으로 남아있는 1948년의 사진이 배다리시장의 번창했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그 당시 배다리시장은 '인천에서 제일 볼만한' 시장이었다고 한다.

2019년 배다리에 새로운 명물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도깨비시장은 꾸준하고 한결같은 모습으로 1900년대의 번창했던 배다리시장의 모습을 시나브로 이어가고 있다. 처음 보는 물건이어서 신기하고, 예전에 우리 할머니가 쓰셨던 손때 묻은 물건이어서 반갑고, 그때는 귀한 줄 모르고 버렸던 물건을 다시 발견해 기쁜 시간들이 주말을 넉넉하게 만든다.

유행처럼 흘러가는 뉴트로가 아니라, 지역특성을 살린 문화를 살려내며, 생활에 활기를 찾는 살맛나는 장터, 배다리 도깨비시장을 좀 더 다듬고 가꿔 가면 가족이 손잡고 나들이 올 수 있는 모든 세대가 공감하는 공간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뉴트로의 관광지가 필요하다면 새로 만들 것이 아니라, 전에도 있었고, 지금도 있고, 앞으로도 있을 배다리마을이지 싶다.

/권은숙 생활문화공간 달이네·요일가게·나비날다책방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