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문화예술회관 3·1운동 100주년 기념
신여성·독립열사인 '김란사' 창작 음악극
▲ '100년 후, 꿈꾸었던 세상' 공연 모습. /사진제공=인천문화예술회관

"저 별까지 헤엄쳐 가자."
별은 꿈이요, 이상이다. 어릴적 상상을 저 하늘 끝 별에 담아 고이 간직했지만 시간과 함께 잊어버린다. 잊혀진다. 그래도 세월이 바뀌어도 시간이 지나도 정수리 끝 별을 헤아리는 동심은 같다.

김란사(1872~1919)도 소녀 때 별에 대고 꿈을 쏘았을 것이다. 평양 하늘 어디서, 아니면 서울 하늘을 수놓은 밤하늘 별에. 그리고 1919년 이국의 어느 병원에서 눈을 감을 때, 김란사는 꿈을 꺼내보며 미완의 현실에 눈물을 흘렸을 것으로 짐작된다.

인천은 김란사 꿈의 동기가 되는 곳, 세계의 창이요 빗장인 이 곳 인천에서 두 번째 삶을 걷게 된 것은 김란사에게 운명이었다. 그러나 한 세기가 지난 지금, 인천은 김란사를 품고 있을까.
인천문화예술회관이 3·1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기념해 창작 음악극 '100년 후, 꿈꾸었던 세상'을 3월1일부터 3일까지 세 차례에 걸쳐 공연했다.

교육가이자 독립운동가로 드라마틱한 인생을 살았던 김란사를 매개로 한 이번 공연은 시립교향악단, 시립합창단, 시립무용단, 시립극단 등 4개 인천시립예술단이 12년 만에 선보인 합동공연. 시립예술단은 2004년과 2006년에 공연한 뮤지컬 '심청왕후'로 저력을 보였고, 2007년 '바다의 문'을 함께하며 '조화'라는 또하나의 예술 장르를 시민에게 안겼다.

그래서일까.
12년간 시립예술단 합동 공연에 목말라한 시민의 갈증을 '독립운동'과 '신여성'이라는 다소 무거운 소재로 풀어낼 수 있을지 이번 공연 소식을 접할 때 솔직히 우려와 걱정이 컸다. 하지만 기우는 막이 오르는 순간 모두 해소됐다. 시립교향악단의 연주는 무용수의 몸짓에 녹아났고, 이들의 행위는 합창 선율에 더욱 풍성해졌다. 잠시후 5m가 넘는 고래 위에서 소녀 김란사가 꿈을 얘기할 때, 무겁고 딱딱할 것 같은 공연은 친숙하게 다가왔다. 시립극단이 함께 하기에 생동감 있는 극, 풍성한 무대가 가능했다.

19세기 말과 20세기 초가 시대적 배경인 만큼 평면적인 무대장치는 극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줬고, 당시 상황에 걸맞은 무대의상을 통해 이야기 속으로 빠졌다. 70여분간 달려온 극은 연속되는 희화적 무대로 세대 구분없이 지루함을 날려 버렸다. 6개 막에서 5명이 분한 김란사의 모습에서 시대의 아픔을 읽었다.
김란사가 말했다.

구한말 여성을 무시했던 당시 상황을 이겨낸 대사, "학교들의 목적과 방향은 슬기로운 어머니, 충실한 아내 및 개화된 가정주부가 될 수 있는 신여성을 배출하는 것이지 요리사나 간호원, 침모를 배출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경희대 이성이 인문학연구원이 이 극을 통해 "오늘 한국사회의 '미투'는 일제의 경제병합에 의해서 '조선'을 묻는 일을 하지 못했던 역사의 결과물"이라는 일갈 역시 시대 상황을 담아낸 '100년 후, 꿈꾸었던 세상'을 통해 다시금 생각케 한다.

극의 최정점인 일본밀정으로부터 김란사를 살리기 위해 가짜 김란사로 분한 제자 16명이 동시에 외친 "대한독립 만세". 3·1운동 100주년을 맞은 올해, 김란사를 그에 맞춰 무대에 올린 시립예술단의 정신을 이 곳 인천에 살고 있는 우리는 어느정도 깨우치고 사는지 한번쯤은 고심할 때다.

/이주영 기자 leejy96@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