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유치원들의 집단 개학연기 동참으로 우려됐던 보육대란이 그나마 파문을 최소화한 채 고비를 넘게 됐다. 이른 아침부터 자녀들을 안고 종종걸음을 할 부모들을 생각하면 참으로 다행스럽다. 사립유치원들의 집단 행동은 나름대로의 사정이 있다고 쳐도 처음부터 그 명분이 부족했다. 사립유치원이 사유재산을 기반으로 했다 해도 현실적으로는 엄연히 교육기능을 수행한다.
그래서 처음부터 아이들을 볼모로 하는 이기적 집단행동이라는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가뜩이나 저출산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 아이들을 볼모로 요구사항을 관철하겠다니 처음부터 방향이 틀린 것이 아닌가.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의 이번 집단행동은 지난해 국정감사 때 불거져 나온 사립유치원들의 비리로부터 비롯됐다. 정부가 지원하는 운영비가 사치품 구입이나 가족들의 급여로 유용되는 등의 비리들이었다. 정부는 회계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이른바 '유치원 3법' 제정 등에 나섰다. 이에 한유총측은 법 제정 철회, 사립유치원 사유재산 인정, 누리과정 폐지 등을 요구하며 정부와 4개월 여 대치해 왔다.
한유총측은 당초 경기·인천 492곳을 포함, 전국 1533개 유치원들이 개학연기에 동참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새학기가 시작됐는데도 유아들이 등교할 곳이 없어지는 사태다. 그러나 정부의 강경 대처와 여론의 따가운 시선 등으로 실제로 개학을 연기한 유치원은 전국에서 365곳(9.4%) 정도였다. 인천의 경우 4일 오전 현재 3곳만이 개학을 연기했으나 이들 유치원들도 자체 돌봄서비스를 제공했다.

우리사회는 최근 각 분야에서 쌓여온 갈등과 이해관계가 분출하고 있다. 이런 갈등을 오직 실력행사를 통해서만 주장을 관철하고 이익을 취하겠다고 하면 참으로 걱정이다. 이번 사태에 있어 정부도 그 책임을 피해 나갈 수는 없다. 법과 원칙은 당연히 확립돼야 한다. 그러나 갈등 주체들에 대한 대화와 설득 과정도 중요하다.

갈등 주체들을 제압의 대상으로만 삼아서는 그 갈등들이 쌓여만 갈 뿐이다. 또한 우리 정치권에 대해서도 이번 사태가 빚어지기까지 도대체 어떤 역할을 했는지 물어보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