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광주 평화의 소녀상 제막식이 결국 트럭 위에서 열렸다. 안타깝기 짝이 없는 일이다. 그것도 3·1운동 100주년을 기념하는 날에 경기 광주 평화의 소녀상은 불과 4.96㎡(1.5평)규모의 설치장소를 찾지 못해 트럭 위에서 떠돌고 있었다. 전쟁의 아픔과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기억하고 평화를 기원하기 위해 세워진 평화의 소녀상이 땅을 밟아보지 못한 배경에는 광주시를 비롯 지역 정치권에 책임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평화의 소녀상 건립을 추진해온 '경기 광주 미래세대와 함께하는 평화의소녀상 추진위원회'(이하 미소추)는 소녀상 설치 장소로 광주역 광장을 추진했으나 답보상태에 빠지자, 광주시와 대체부지를 물색했다. 미소추는 광주시청 광장 잔디밭을 강력하게 원했지만, 시에서는 주차장 건립 등을 이유로 거부했다. 이어 정지리 생태습지공원, 시청 맞은편 남한산성 아트홀, 태전동 청소년수련관, 경안동 청석공원 등을 놓고 협의를 거듭해 왔다.

결국 미소추는 지난 26일 시청에서 제안한 청석공원을 차선책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청석공원의 땅 소유가 국토교통부여서 허가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를 더욱 부끄럽게 한 것은 광주 평화의 소녀상은 광주 나눔의 집에서 봉사활동을 하던 10대 소녀의 제안으로 시작됐다는 점이다. 그러나 지역 정치권의 이념으로 덧씌어지면서 땅을 밟지 못한채 떠돌이 신세로 전락했다. 지난해 10월쯤 미소추가 광주시민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광주시민의 52%가 사람들의 이동이 가장 많은 '광주역 광장'을 원했는데도 말이다.

그 배경에는 광주시장을 비롯한 지역 정치권의 어정쩡한 태도에서 비롯됐다는 말도 나온다. 경기도의회가 올해 초 의회 정문 앞에 평화의 소녀상을 설치한 것과 비교하면 광주 정치권의 행태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지금이라도 광주지역 정치권은 평화의 소녀상의 의미를 되새기고, 그에 맞는 행보를 해야 한다. 광주시 정치권은 당장 나눔의 집을 찾아가 할머니들에게 늑장 행정에 대해 머리숙여 사과하라. 그리고 평화와 인권이 존중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