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윤 인하대 언론정보4

한류를 가장 먼저 수입한 중국뿐만 아니라 콘텐츠 강대국인 미국, 일본에 잇따라 판매되고 있는 K포맷(한국 콘텐츠 핵심구성안)이 큰 반응을 얻는 이유가 무엇일까. 파생작 수준에만 그치는 다른 나라의 콘텐츠에 비해 신선하고 독특하다. 전 세대가 함께 즐길 수 있는 가족 친화적인 요소 또한 K포맷의 강점이다.
중국은 한국 드라마 수입으로 자국의 프로그램 제작 역량이 약화될 것을 우려해 '해외 드라마 인터넷 방영 관리방법'을 발표하고 규제를 실시했다. 규제가 강화되면서 해외 프로그램은 사전 의무 심사를 거쳐야 한다.

이에 등장한 대안이 TV 예능 프로그램 포맷 수출이다. 드라마 수출이 약화되면서 예능 수출에 집중했지만, 최근 중국 내에서 K포맷을 수입하지 않고 표절해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음악이나 기본 콘셉트를 참고하는 정도가 아니라 출연자 구성부터 자막, CG, 카메라 촬영 기법까지 모두 무단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중국 후난위성TV에서 방영된 '꽃과 소년'은 tvN '꽃보다 누나'를 표절한 의혹을 받았다. 이에 대해 원작자 나영석 PD는 "정품을 사서 쓰면 좋겠다. AS도 가능하다"며 표절에 대한 의사를 완곡히 밝혔다.
중국 프로그램 '극한도전'이나 '은장적 가수'의 경우, 이미 다른 방송국에서 포맷을 구입해 방영을 앞두고 있었는데, 방송사가 무단으로 표절해 방영했다. SBS '미운 우리새끼', '정글의 법칙', tvN '윤식당'을 모방한 프로그램도 등장했다. 특히 '윤식당'을 모방한 '중찬팅'은 중국 전회 평균 1.18%로 동시간대 1위를 달성했음에도 프로그램 콘셉트, 스토리 라인은 물론, 인물 구성, 중요 소품, 심지어 출연자 의상까지 유사해 네티즌의 질타를 받았다. 이 외에도 '프로듀스101'의 경우, 중국 내에서 '우상 아이돌'이라는 제목으로 방송됐다. 국제기관인 포맷인증·보호협회에서 유사도 88점을 받아 역대 표절 작품 중 최고점을 기록했다. 중국 방송사의 국내 포맷 표절 의혹 현황을 분석해 보면 KBS 7개, MBC 3개, SBS 10개, JTBC 5개, tvN 6개, Mnet 3개 프로그램이 중국에 표절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내에서 포맷의 법적 권리 보호가 명확하지 않고 관련 규제가 미비한 점이 K포맷 저작권 보호에 있어 가장 큰 문제점이다. 다수 방송사가 공동 제작을 하는 경우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기도 힘들다. 사드 배치 문제로 한중관계가 악화된 이후 한한령(寒韓令, 한류 문화 금지령)이 내려지는 등 정부 차원에서 해외 방송 프로그램 포맷 수입이 제한되면서 포맷 표절이 더욱 심각해졌다.

1990년대 한국이 일본을 모방하면서 콘텐츠 제작 역량을 키우고, 저작권 의식이 강화되었던 것처럼 중국 콘텐츠 제작 또한 과도기에 놓여 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중국 내 K포맷의 인기를 감안하면 표절로 인한 한국 방송계의 손실은 막대하다. 중국 미디어 관련 정책과 제도는 해외 방송사에게 불리한 쪽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나서 적극적으로 권리를 주장해야 한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K포맷의 저작권 보호는 강화되어야 할 것이다. 이는 독창적인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개발해야 할 제작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