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영희 수원 영통구 주민

공군 제10전투비행단,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수원화성군공항의 정식 명칭이다. 군공항은 '전투기로 인해 주변 소음이 심하다' 정도로만 알았던 곳이다. 그저 먼 이야기였던 전투비행단에 관심을 가지게 된 연유는 우연한 기회에 보게된 '2019 청소년 학습권보장 대토론회' 때문이다. 2시간 정도 진행된 토론회를 보면서 전투기소음에 따른 학습권 침해의 심각성에 점점 마음이 무거워졌다.

운동장에서 체육수업을 하던 학생들이 전투기가 지나가면 귀를 막고 엎드린다는 이야기를 듣고서 지금 이 이야기가 2019년 수원에서 일어나는 현실이 맞는지 이해하기 힘들었다. 며칠간 수원화성군공항에 대한 관심을 갖고 이것저것 살펴보았다. 전투기소음 관련 보상, 군공항 이전 건의, 예비 이전후보지 선정, 권한쟁의심판, 탄약고, 수원시·화성시·국방부의 입장 등이었다. 수원시 군공항이전을 위한 주장도, 화성시의 이전 반대주장도 잘 살펴보면 분명한 이유가 있고 이해가 가는 내용이다. 어느 한 쪽이 일방적으로 나쁜 것이 아니라 더 어렵고, 그럼에도 꼭 해결해야 하는 문제라 더 힘든 일인 것 같았다.

소음피해학교 수원지역 24개교, 화성지역 8개교, 소음피해학생 2만여명, 정상적인 수업진행불가, 학습력 저하, 우울증, 난청, 폭력성… 이 모든 소음으로 인한 몸과 마음의 상처를 과거부터 장기간 계속된 일이니 아이들에게 너희들 또한 감수하라고 말하거나 전투기 비행소리에 귀를 막고 우는 3살 아기에게 곧 조용해질테니 참으라고 말할 수 있는 권리가 어른들에게 있을까 궁금했다.

청소년학습권토론회에서 조별회의 때 한 조의 발표지 귀퉁이에 써있던 토론규칙이 떠오른다. 말하는 도중 끼어들지 않기, 상대방 의견에 집중하기, 질문은 의견 발표 후 하기, 의견발표는 2분 이내로 등이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한 사람으로서 군공항이전과 관련된 모든 분들에게 묻고 싶다. 10대 아이들도 정하여 지키는 토론의 규칙을 여러분은 그 규칙을 지켜가며 해결책을 찾고 있는지. 자기주장만 계속하는 평행선을 달리고 있지는 않은지. 서로를 향한 비방이 아니라, 서로에 대한 이해로 견해 차이를 좁혀가고 있는지다.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니라, 해결을 위한 대화를 통해 우리 아이들이 더 이상 상처받지 않을 현명한 해결책 찾기에 최선을 다해 주길 바란다.

어렵고 힘든 문제인 만큼 해결을 위해 멈추지 않고 한걸음씩 함께 나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감내하기 힘든 소음에 노출된 아이들이 지금 시간에도 고통받고 있음을 잊지 말고, 작은 부분부터 하나하나 놓치지 않고 모두를 위한 최선의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어릴 때부터 늘상 전투기가 뜨고 내리는 소음에, 세상 모든 사람들이 전투기를 보며 소음과 함께 사는 걸로 알았죠"라는 가슴 아픈 말을 하는 아이가 더 이상 생기지 않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